"아직 못 믿겠다" 호르무즈 열렸다는데, 선박들 '제자리'인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8:0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동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다고 선언했지만, 대다수 선박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해 선박 운항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이 밝힌 협정 내용이 불분명한 데다 안전 항로도 확보되지 않아 정상화까진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CNN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 이란과 맺은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됐다고 주장했지만, 선박 이동을 추적하는 전문가들은 실제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원유를 가득 실은 많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선박들이 이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금요일이면 완전히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박 추적업체 크플러에 따르면 현재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유조선 220척과 전체 약 500척 가운데 유의미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맷 스미스 크플러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합의가 금요일에야 서명될 예정인 만큼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운항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의 신중론도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해상보험사들은 아직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이 없으면 선박들은 운항을 더욱 꺼리게 돼 교착 상태가 빚어진다.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이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보험사 스쿨드는 보장 제한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야코프 라르센 발트국제해사협의회(BIMCO) 최고안전보안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발표는 현재로선 불명확하며, 시점이나 안전 항로 등 핵심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세부 내용이 부족하고 과거 지나치게 낙관적인 장담이 반복됐던 점을 고려하면 해운업계의 보안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며 “지금 시점에 운항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부 선박들은 전쟁이 한창일 때도 해협을 통과해 왔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해상 봉쇄와 상업 운송의 급감에도 놀라운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여전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밥 맥널리 라피단에너지그룹 회장도 CNN에 대부분의 날에 평소의 0~10% 수준의 원유가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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