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에 핵 동결 대가로 455조원 펀드…韓기업 참여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8:59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종식 합의 조건으로 3000억 달러(약 454조6500억원) 규모의 이란 재건 투자 펀드 조성을 허용할 준비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협상 진전이 전제 조건이다. 펀드는 정부 출자가 아닌 민간 투자 방식으로 조성되며, 한국 기업도 잠재적 참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이란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y) 제공 영상. 이란 테헤란에서 공습 피해가 발생한 현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제재 해제와 함께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 대형 펀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이미 원격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마쳤으며, 오는 19일 스위스 공식 서명식은 절차적 성격이 크다. 펀드 접근 여부는 이란이 MOU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민간 기업 주도 펀드…한국도 잠재적 참여국

협상 내용을 전달받은 소식통에 따르면, 펀드 조성은 최종 합의를 전제로 △60일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협상 추가 진행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한 이후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이 펀드가 각국 정부 출자가 아닌 민간 투자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유럽, 아시아, 한국, 일본 등의 기업들과 미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제재가 해제되면 펀드 규모는 막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인구 9000만명에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제재 해제 시 대규모 투자 수요가 예상된다. 한국 기업의 경우 과거 대(對)이란 수출·건설·플랜트 사업 경험이 있어 시장 재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의무 이행하는 한 접근 가능”…판단 기준 모호

JD 밴스 부통령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이 재건 펀드가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는 한 접근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제재 해제가 “특정 행위에 구체적으로 연동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이란이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해 이행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뢰 구축 차원에서 초기에는 소규모 금융 혜택을 우선 제공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자금 접근을 허용할 방침이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현지에서 전량 희석 처리하는 것이 최소 조건이다.

◇오바마 핵 합의 뛰어넘는 규모…트럼프, 정치적 부담

이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를 통해 이란에 “팔레트 가득 현금을 보냈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번에 논의 중인 인센티브는 당시 합의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비판론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당시 미국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폭격했다. 미 당국자는 해당 핵 프로그램이 “이미 체계적으로 파괴됐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는 별도 조치를 원하고 있다. 이란은 현재 9000킬로그램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40킬로그램은 무기급에 가까운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는 60일간 통행료 없이 전면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하루 최대 25척 수준인 통항 선박은 정상화 시 40~50척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다만 이란이 통행료 부과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통행료 문제는 향후 최종 합의 협상의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합의의 관건은 이행 의지와 검증 가능성이다. 제재 해제 기준이 ‘주관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만큼, 향후 핵 협상에서 구체적 검증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최종 합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동부 에비앙레뱅에 도착해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 G7 정상회의는 15~17일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인근 도시인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며,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 브라질·캐나다·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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