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문승용 기자]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체결된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란이 사실상 봉쇄했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양측은 휴전 기간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역내 안보 문제를 놓고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합의 당사자들은 발표 직후부터 주요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충돌이 드러난 분야는 호르무즈 해협 운영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의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60일 동안은 무료 통행을 허용하지만 이후에는 다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60일 안에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란이 다시 통행료 부과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을 놓고도 시각차가 나타난다.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가진 전략적 지렛대 효과를 확인한 이란이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동결자금 해제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다. 이란은 MOU 체결과 동시에 일부 동결자산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60일 협상이 미국의 약속 이행 여부에 달렸다”며 해상봉쇄 해제와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은 약 1000억 달러(약 151조 61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이란 언론들은 MOU 체결과 동시에 120억 달러(악 18조원)를 우선 해제하고 협상 기간 추가로 120억 달러를 더 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동결자금 반환과 제재 완화는 핵협상 진전과 연계한 사안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합의에 “매우 중요한 규모의 제재 완화 패키지를 포함했다”고 밝혔지만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입증해야 경제적 혜택이 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이 요구하는 ‘동결자금 선 해제’와 미국의 ‘핵협상 후 보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견이 단순한 신경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형태로 체결했다.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운영과 동결자금 해제를 둘러싸고 합의 직후부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 만큼, MOU 이행 과정에서부터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초기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60일간 진행할 핵협상 역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제1차관 출신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이번 미·이란 간 MOU를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만 담은 ‘모(母) 협정’이다”며 “대이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의 사안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종전 합의 이후 중동 정세 역시 양해각서 체결까지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