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유가 하락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 합의문(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열 예정이지만 아직 합의문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은 전쟁으로 차질을 빚었던 중동산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지역 원유 수출이 7월 말까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10달러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공급 정상화 시점을 8월 말로 봤지만 이를 한 달 앞당겼다.
모건스탠리도 공급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생산량이 9월까지 전쟁 이전 수준의 50%, 12월까지는 8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마르테인 라츠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협상해야 할 사안이 많고 위험 요소도 남아 있지만 이번 합의는 분쟁 완화와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출 확대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구조도 공급 증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가격 지표인 두바이유와 머르반유(Murban)는 최근 공급 부족을 의미하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구조에서 공급 과잉을 시사하는 콘탱고(contango) 구조로 전환됐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중동산 원유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 적용될 선박 통항 규정과 안전 보장 문제, 통행료 부과 여부 등 핵심 사안들이 여전히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무료로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통행료 징수 권한을 인정받았다고 밝히고 있어 양측의 해석 차이도 남아 있다.
걸프 지역 에너지 당국자들은 원유 구매자들로부터 재개방 시점과 실제 운송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와 원유 거래업체들 역시 보다 구체적인 운영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박 운항 재개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관은 공급 정상화가 시장 기대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에서 “전쟁 이전인 2월 말 수준으로 공급이 회복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이 이미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기간 미국과 이란의 이중 봉쇄로 사실상 폐쇄됐다. 이 여파로 주요 소비국들은 상업용 비축유와 전략비축유(SPR)를 활용해 수급 불안을 완화해 왔으며,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는 최근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