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당했다…中, 희토류 이어 태양광 장비까지 수출통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희토류를 넘어 태양광 장비까지 핵심 산업의 공급망 ‘길목’(병목 지점)으로 수출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통제 품목을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고 자국의 상업적 우위를 지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장쑤성 쑤첸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태양광 패널용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AFP)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투자자와 기업인, 공급망 분석가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희토류에 이어 다양한 분야로 수출통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테슬라와 중국 태양광 장비업체 간 거래가 최근 가로막히게 된 일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중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대대적으로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지난달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은 희토류와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통제 품목은 오히려 계속 늘었다. 미·중 기업협의회 조사에서는 회원사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 1년간 중국 수출통제의 영향을 받았고, 자동차·물류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업체 로디움그룹은 “원광과 정제 광물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실리콘 웨이퍼, 영구자석, LED, 배터리 소재 등 중간재 제조 영역으로 중국의 지렛대가 뻗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담당을 지낸 리자 토빈은 “이들의 의도는 희토류를 넘어 다른 공급망까지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태양광 장비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 태양광 제조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태양광 셀의 92%, 웨이퍼의 97%를 생산했다. 인공지능(AI)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을 재건하려면 중국산 생산 장비가 필수적이다. 머스크는 미국에 100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제조설비를 늘리겠다며 올해 초 중국 쑤저우 맥스웰(Suzhou Maxwell)과 장비 구매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 당국은 쑤저우 맥스웰에 머스크 측과의 협상을 멈추고 당분간 장비를 팔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의 공식 문서는 없었지만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다고 복수의 중국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대미 태양광 장비 수출에 더 폭넓은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중국 국무원 산업경제부 연구책임자 왕밍후이는 새 수출통제가 미국의 “봉쇄·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로디움그룹의 카미유 불레누아는 “순수한 보복이 아니다. 베이징은 길목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봤다. 베이징의 대외경제무역대학 투신취안 교수는 “태양광 장비를 파는 것은 다른 나라가 우리를 겨눌 도구를 지어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통제는 경쟁국의 자체 개발을 부추겨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중국 업체가 3~5년 내 따라잡을 수 있고 “베이징도 이를 안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둔 한화큐셀은 지난해 8월 “최신 공급망은 모두 비중국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측은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처지다. 미국의 태양광 부품 수입 관세가 올해 발효될 예정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을 포함한 60개 교역국에 새 규제를 발표하면서 거래 창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