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광란·두려움의 시대…그럼에도 '번영' 일어날 것"[ESF2026]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40

[이데일리 이유림 김연서 기자]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주의, 인공지능(AI) 혁명이 몰고 온 급격한 변화 속에서 “오래된 게임의 규칙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런던대(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며 새로운 리더의 역할을 화두로 던졌다.

노리나 허츠 런던대(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흔들리는 규범, 가치의 충돌: 국제사회 新 생존 문법'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허츠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오늘날 세계를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로 이른바 ‘4F’를 꼽았다. ‘분열(Fractured)’, ‘광분(Frenzied)’, ‘두려움(Fearful)’, 그리고 이 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번영(Flourishing)’이 그것이다.

먼저 허츠 교수는 우리가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시대가 지고 보호주의와 무역 장벽이 뉴노멀이 된 현실을 짚었다. 이러한 ‘분열’에 대해 허츠 교수는 “국가 간 갈등을 넘어 세대, 성별, 자산 격차로 인한 국가 내부 분열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잃고 대기업과 민주주의 제도를 불신하게 된 Z세대의 좌절감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이러한 내부적 갈등을 치유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츠 교수는 AI 기술의 유례없는 도입 속도를 ‘광란’이란 단어로 설명했다.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AI를 일상적으로 쓰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우리는 AI의 한계와 위험성을 제대로 검증하기도 전에 현장에 먼저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허츠 교수는 “AI가 주머니 속 천재가 될지, 아니면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을 약화시키는 리스크가 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중이 느끼는 ‘두려움’은 극에 달해 있다. 허츠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발밑 기반이 예전보다 덜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그렇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각자도생에 대한 공포는 투표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수록 극단적인 정치인에게 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허츠 교수가 제시한 마지막 키워드는 ‘번영’이었다. 세계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특허 출원과 임상 연구는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며, 문화 예술 및 로봇 산업의 혁신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고 봤다. 허츠 교수는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기업들은 지금의 폭풍을 피해 숨을 곳을 찾는 기업들이 아니라, 오히려 혁신하고 집중력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앞서 나가는 계기로 활용하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노리나 허츠 런던대(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흔들리는 규범, 가치의 충돌: 국제사회 新 생존 문법'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이영훈 기자)
이어 허츠 교수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고 신세계를 설계할 리더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넓은 관점’을 강조하며 “진정 앞서 나가는 기업들은 선택지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고, 더 넓은 관계망을 구축하며, 더 깊게 투자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전자를 곁에 두라’는 조언과 함께 “귀 기울이는 대상을 넓히라”고 당부했다.

‘연대’와 ‘결속’도 강조했다. 그는 “똑똑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며 “연대는 충격을 흡수하고, 희생을 감수하며,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아가 “주변이 혼란스럽고 요동칠 땐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라”며 “생각할 시간이 저절로 생기길 바라지 말고, 이메일·메시지·알림 같은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허츠 교수는 “분열되고 광란하며 두려움이 가득한 세계에서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은 리더십의 필수 요소”라며 “그래야 소음 속에서 기회를 잡아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