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 대신 '망고스' 온다…월가 사로잡은 새 'AI 투자' 키워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3:3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월가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파는 새로운 간판으로 ‘MANGOS’(이하 망고스)라는 새로운 명칭을 꺼내 들었다. 투자자들이 가장 사고 싶어 하는, 그중 일부는 아직 살 수도 없는 기업들을 머리글자로 묶은 것이다.

월가에서 ‘MANGOS’(망고스)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대표 기업군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망고스는 메타(Meta)·앤스로픽(Anthropic)·엔비디아(Nvidia)·구글(Google)·오픈AI(OpenAI)·스페이스X(SpaceX)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모두 AI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당초 6곳 중 절반인 3곳이 일반적인 기관이나 개인은 투자조차 할 수 없는 곳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스페이스X가 미국 뉴욕증시(나스닥)에 데뷔하면서 길이 열렸다. 오픈AI와 앤스로픽도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만큼, 상장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기업 중 하나였다. 그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상장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회사 주가는 이날 201.80달러(약 30만 5500원)로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인 135달러(약 20만 4350원) 대비 약 50% 급등한 가격이다. 장 중 한때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월가는 오래전부터 약칭으로 특정 종목들을 묶어 제시하곤 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한눈에 설명하기 쉽고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상징성도 있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최고의 기술주 거래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었고, 최근에는 ‘매그니피센트 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이 AI 강세장을 이끌었다. 2024년 말에는 브로드컴 등을 추가해 묶은 ‘BATMANN’ 종목군이 시장을 구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사이엔 지정학 변수가 커지며,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늘 결국 물러선다) 트레이드와 이를 변형한 ‘NACHO’ 트레이드 같은 말까지 등장했다.

새 약어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매그니피센트 7의 일부가 예전 같은 광채를 잃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있다. AI 호황의 과실이 반도체·클라우드 기업을 넘어 오픈AI·앤스로픽 같은 대형 비상장사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음 주도주를 찾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프 파워스 RWA웰스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투자자들은 매그니피센트 7 비중을 줄여 신세대 고성장 AI 종목을 담을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 투자 비용이 커질수록 더 많은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증시로 향할 수 있다며 “이 세 기업(스페이스X·앤스로픽·오픈AI)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른 운용사들은 이를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코기 상장지수펀드(ETF) 트러스트는 순자산의 80% 이상을 ‘MANGOS’ 6개 기업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코기 MANGOS ETF’를 신청했다. 요크빌 아메리카는 ‘MANGO 플러스 ETF’ 등 두 종을 신청했는데, 여기에는 AMD·브로드컴·마이크론·인텔·델 등 반도체·하드웨어 종목 바스켓도 함께 담긴다. 다만 오픈AI·앤스로픽은 비상장사여서 파생상품이나 만기가 없는 영구선물, 사모 투자기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편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상품은 아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지 못한 예비 단계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부 ETF 분석가들은 이번 흐름이 실질보다 그럴듯한 마케팅에 가깝다고 본다. ETF닷컴의 데이브 나디그 리서치 디렉터는 “비상장사 몇 곳과 초대형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 몇 곳을 한데 묶어 투자 논리라고 부를 학문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조합이 모멘텀과 인지도 높은 종목을 모아 놓았을 뿐, 한 포트폴리오에 묶일 분명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나디그는 AI 호황을 이끄는 상장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ETF보다 해당 주식을 직접 사는 편이 간단하다고 조언했다. 여러 종목을 사는 것보다 ETF 하나가 편한 만큼 단기 매매 도구로는 쓸 만하지만, 장기 투자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품에는 ‘트레이딩용 정어리’ 정도의 쓸모는 있어도 진짜 투자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약어는 시장 권력이 이미 집중된 곳을 설명할 때는 유용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섣불리 상품으로 만들 때는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망고스가 AI 연구소와 반도체·클라우드, 갓 상장한 고성장주로 옮겨간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담아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나디그는 “이것이 다음 시대의 지속적인 주도 그룹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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