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충전비 3배"…이란 전쟁이 바꾼 미국 전기차 셈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5:0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이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에 대한 셈법을 완전히 바꿔놨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휘발유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는데도, 미국에서 일반 휘발유차에 기름을 넣는 비용은 전기차 충전비의 약 3배에 이른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평균 가격 기준으로 연비가 갤런당 25마일(리터당 약 10.6㎞)인 일반 휘발유차로 100마일(약 161㎞)을 달리는 데는 16.69달러(약 2만5260원)가 든다. 같은 거리를 집에서 충전한 전기차로 주행하면 5.89달러(약 8920원)로,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초만 해도 격차는 이처럼 크지 않았다. 지난 1월 휘발유차는 11.23달러(약 1만7000원), 전기차는 5.77달러(약 8730원)로 2배 안팎 차이에 그쳤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휘발유값을 끌어올렸다. 지난 1월 갤런당 3달러를 밑돌았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한때 4.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4달러 안팎으로 내렸지만 여전히 높다. 비싼 급속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비용(15.92달러·약 2만4100원)이 휘발유차에 주유하는 것과 엇비슷할 정도다. 원유값이 떨어지면 전 세계 휘발유 가격도 내리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가능성이 크고, 휴전이 유지될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집에서 충전하는 전기차는 갤런당 52마일(리터당 약 22㎞)을 가는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8.02달러·약 1만2140원)보다도 확실히 저렴하다. 전쟁 전만 해도 고효율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주행 거리당 비용이 엇비슷했다.

휘발유는 전기보다 가격 변동성도 크다. 지난 1년간 휘발유차로 100마일을 달리는 비용은 지난해 늦봄보다 3.67달러(약 5560원) 늘었지만, 전기차 충전비는 0.42달러(약 64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전기요금이 전쟁에 거의 흔들리지 않은 것은 미국이 전력 생산에 석유를 거의 쓰지 않고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했는데도 수출 능력 제한 덕에 국내 시장이 보호돼 평탄했다. 전기요금은 인플레이션과 전력망 개선,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등으로 매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뉴저지주에서 17% 뛴 것처럼 일부 지역에선 인상폭이 갑작스럽고 크기도 하다. 다만 주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최소 1년간 고정되는 경우가 많아 휘발유값보다 완만하게 움직인다. 주거용 전기요금의 절반가량은 발전이 아니라 가정까지 ‘배달’하는 비용이라는 점도 변동성을 낮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미국 평균 휘발유차의 100마일 주행 비용은 7~20달러를 오르내렸지만, 전기차는 몇 달러 안에서만 움직였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미국 평균 전기요금은 지난 10년간 놀라울 만큼 평탄했다. 워싱턴주처럼 격차가 큰 곳이든 뉴욕주처럼 작은 곳이든, 사는 지역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이 덜 출렁이는 양상은 비슷하다.

또 많은 전력회사가 일반 요금보다 저렴한 전기차 전용 충전 요금을 제공한다는 점도 전기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이는 연료·전기 비용만 따진 것으로, 차량 구매가격이나 정비·보험비는 빠져 있다. 특히 차값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한편 화석연료를 중시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에 벌어진 이란 전쟁이, 오히려 전기차의 경제성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도 일각에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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