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 중국 만리장성 행사서 '일본 북' 사용 논란…결국 사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5:2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캐나다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는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중국 만리장성에서 연 요가 행사에 ‘일본 북’을 썼다는 논란에 휩싸여 결국 고개를 숙였다. 빠르게 성장한 중국 시장이 외국 브랜드에는 기회인 동시에 까다로운 ‘지뢰밭’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배우 주이룽과 ‘일반 대중’을 향한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달 말 룰루레몬이 주이룽을 기용해 만리장성에서 연 홍보 행사에 등장한 타악기가 일본 악기라는 의혹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은 타악기 연주자 쉬양이 문제의 북을 분석한 영상을 올리면서 본격 확산했으며, 공격은 행사 주최자인 룰루레몬에 집중됐다. 행사에 출연한 주이룽을 향해서는 오히려 동정 여론이 일었다.

룰루레몬은 “전문 지식의 한계로 잠재적 논란을 미리 식별하지 못했다”며 “더 신중하고 철저했어야 했다”고 밝힌 뒤 관련 홍보물을 전량 삭제했다. 다만 사과문에서 해당 북의 출처는 끝내 언급하지 않은 채, 행사가 “중국 문화를 존중하려는 의지에 바탕을 뒀다”고만 강조했다. 회사는 “북 공연을 기획·검토하는 과정에서 더 사려 깊고 세심했어야 했다”며 “값진 교훈을 얻었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더욱 문제시됐다. 변화가 빠르고 문화·정치적으로 민감한 중국 SNS 환경에서 외국 브랜드가 직면한 위험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티베트에서 개최한 불꽃놀이 행사가 온라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크테릭스는 미국 증시 상장사 아머그룹 소속으로, 중국 의류업체 안타가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숀 레인 중국시장조사그룹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은 너무 과민하다”며 중국 사업 의존도가 높은 룰루레몬의 처지를 짚었다.

룰루레몬이 고개를 숙인 것은 중국 시장이 가진 힘 때문이다. 회사는 나이키가 고전하는 사이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웨어 업체 중 하나다. 지난 1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 순매출은 29% 늘어난 18억달러(약 2조7250억원)로, 2021년 이후 4배 넘게 불었다. 또 최근 연차보고서에서도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민감한 여론 앞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편 룰루레몬은 지난달 창업자이자 최대 행동주의 주주인 칩 윌슨과 이사회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윌슨은 2015년 이사회를 떠난 뒤 회사의 부진을 줄곧 비판해 왔다. 올해 뉴욕증시에서 룰루레몬 주가는 경쟁 심화와 품질 논란, 소비 위축이 겹치며 4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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