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핑계로 AI 장벽 높이는 美…'소탐대실' 지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1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인공지능(AI) 기업의 최첨단 모델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AI 업계와 동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AI를 전략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중국 AI 확산을 촉진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개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다음날 예정한 업무 오찬에서 최신 AI 모델 접근권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구상’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이 동맹국에 최신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을 먼저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회의에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참석한다.

이는 미국이 AI 모델을 반도체와 같은 전략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나타난 후속 논의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안전장치 우회(탈옥) 가능성과 그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주 앤스로픽에 보낸 서한에서 적대국의 정보 수집에 악용될 수 있는 민간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법률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AI 모델을 첨단 반도체처럼 수출통제 대상 전략 기술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첨단 AI 모델 제공을 논의하면서도 미국 기술 의존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헨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술 담당 부위원장은 FT에 “이번 일로 AI와 같은 핵심 기술에서 특정 국가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일을 그냥 받아들이고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기술 역량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이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미국의 AI 우위를 지키려고 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AI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생태계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는 성명을 통해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접근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미국 AI 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모델 수출 통제 조치로 오픈소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 AI 기업만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이용자들이 미국 AI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되고 결국 중국 오픈소스 AI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카일 챈 연구원은 앤스로픽이 외국인 접근 차단을 발표한 직후 중국 AI 기업 즈푸AI가 자사의 최신 모델 오픈소스로 공개한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 오픈소스 AI 기업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무료 홍보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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