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놀란 美연준, 금리경로 180도 틀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후 07:1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금리 결정이 아닌 점도표(dot plot)에 쏠렸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19명 중 9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반면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12명에서 1명으로 급감했다.

표면적으로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와 ‘인상 가능성 부상’이라는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시장이 이번 FOMC를 케빈 워시 체제 출범 이후 첫 매파 신호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큰 배경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인식 변화다. 올해 초만 해도 연준은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투자가 경제 전반의 수요를 자극하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제 이번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연준은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5%로 높였다. 특히 2027년 물가 전망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물가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월가도 이번 SEP의 핵심을 물가 전망 변화에서 찾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초기 충격을 넘어 더 지속할 가능성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논리가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도 성장 지원보다 물가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선택의 문제”라고 반복해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우리는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고 밝혔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워시 체제 출범 이후 나타난 소통 방식 변화도 주목된다. 그는 자신의 점도표 제출을 거부했고 정책결정문도 대폭 축약했다. 기존 성명서에 포함했던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와 위험요인 평가 문구 상당수가 삭제됐다. 연준이 미리 금리 경로를 제시하기보다 경제 지표와 물가 흐름을 보면서 회의마다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정책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지만 동시에 시장에는 추가 긴축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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