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폐기 의무·농축 중단 기간 등 명시 안 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공개한 이란과의 종전 MOU 전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상호 합의에 따라 처분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레드라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하에 이란에서 희석한다는 것이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은 이번 전쟁의 원인 중 하나로, 이는 애초 미국이 주장하던 농축 우라늄 전량 폐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란은 현재 약 11t의 농축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970파운드(약 440㎏)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준에 근접한 60% 농도로 농축된 물질이다. 이란은 2015년 핵 합의 당시 보유 핵물질의 97%를 러시아로 반출했으나 이번 MOU에는 이 같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자국 내에 보유한 채 농도를 낮추는 방식만으로도 합의 이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도 빠졌다. 그동안 이란은 10년 안팎, 미국은 최대 20년 수준의 장기 중단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15년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쳤지만 MOU 8조에는 구체적인 기간을 포함하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자신이 서명한 미국과의 양해각서(MOU) 문서를 들고 있다.(사진=AFP)
◇ 美공화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반면 이란은 전쟁 이전 ‘무료 통항’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주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MOU 4조(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6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 10조(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약속) 등을 통해 이란은 자유롭게 에너지를 수출하는 등 경제난을 극복할 수 길이 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전 이란의 원유 생산 수준과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이란이 이번 미국과의 평화협상을 통해 600억 달러(약 9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60일만 ‘무료’ 개방하고도 자산 동결 해제와 제재 완화를 약속받았으며 대리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압승이란 반응이다. 미국이 체제 전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이란 지도부는 ‘생존’이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전쟁을 지지해온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와 관련해 매우 형편없는 조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진영에선 ‘항복 문서’라는 비판도 나왔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시절 관료 출신인 수전 라이스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포함한 충격적이고 끔찍한 항복 문서다”며 “무능한 협상과 이 재앙적인 전쟁을 시작하고 추구한 무모한 전략적 대참사가 빚어낸 예측 가능한 결과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국가 안보 실책으로부터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