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번 협상 연기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18일 체결한 잠정 평화합의 이후 발생한 첫 대형 변수다. 양국은 당시 향후 60일 안에 영구 핵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협상 개시를 하루 앞두고 레바논 전선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핵협상 일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란이 레바논 전선을 핵협상과 사실상 연계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소속 하산 파들랄라 의원은 “이란이 헤즈볼라 측에 포괄적인 휴전 없이는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양측 동맹 세력이 중동 전역에서 군사행동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결국 이란은 레바논에서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핵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협상 연기 우려가 커지자 미국과 카타르, 이란은 긴급 중재에 나섰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다”며 “미국과 카타르 협상단이 이란의 도움을 받아 휴전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휴전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발효됐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도 휴전 사실을 확인하며 “헤즈볼라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전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지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전이 성사되기 직전까지 전투는 격렬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 이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4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공격으로 군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대대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알리 알타헤르 언덕 일대에서 전진하던 이스라엘군을 매복 공격해 메르카바 전차 3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시설과 조직원을 겨냥한 공습이었다고 설명했지만, 헤즈볼라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와 미·이란 잠정 합의를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휴전 이후에도 긴장은 이어졌다. 레바논 보안 소식통들은 휴전 발효 직후 약 1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습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오후 5시 이후 추가 공격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밤 레바논 남부에서 드론 공격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2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와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 미묘한 갈등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이번 미국·이란 합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자국의 안보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레바논 공습 확대가 이란과의 협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를 어느 정도는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은 나를 존중하며 내가 말하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군인과 영토에 대한 공격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부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레바논 남부 안보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협상 재개 여부와 별개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자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의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는 무료지만 향후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걸프 국가들은 사실상 통행료 부과 시도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국제 수로는 자유롭게 이용돼야 한다”며 “향후 역내 국가들이 적절한 안보 체계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향후 60일 동안 영구 핵합의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양측은 우라늄 농축 제한, 고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체계 구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레바논 사태는 핵 문제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전역의 안보 문제가 협상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