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구역 일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부동산 투자자들이 화려한 사업계획과 높은 용적률만 바라보는 사이, 정작 저평가된 대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는 외면받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재개발지역 주변에 남아 있는 1종 일반주거지역은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용도지역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저평가되어 있지만, 입지와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투자처 중 하나다.
과거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용적률이 높을수록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금융비용 부담도 커졌다.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기부채납 규모도 늘어나고 초고층 설계에 따른 공사비 부담도 커진다. 결국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1종 일반주거지역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느냐가 아니라 얼마의 원가로 얼마나 좋은 입지의 땅을 확보하느냐이다. 결국 미래 가치의 상당 부분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
서울시 도시계획 현황을 보면 2024년 이후 서울시 일반주거지역 면적은 총 3억673만㎡ 규모다. 이 가운데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약 6762만㎡,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약 1억4075만㎡,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약 9836만㎡를 차지하고 있다. 비중으로 환산하면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전체 일반주거지역의 약 22% 수준이다.
서울시 용도지역 현황 (그래픽=도시와경제)
특히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방향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역세권 활성화 사업,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저층 주거지의 개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처럼 용도지역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종상향 여부가 아니라 현재 가격 수준이다. 이미 종상향이 완료되었거나 사업성이 널리 알려진 재개발 구역은 상당한 가격 상승이 진행된 상태다. 반면 1종 구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머물러 있어 향후 개발 기대감이 반영될 경우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인프라 공유 효과다. 많은 사람들은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 주변의 잔여 1종 구역을 낙후지역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재개발이 완료되면 수천 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고 새로운 상권과 생활 인프라가 형성된다. 학교와 학원가, 교통망, 편의시설, 공원 등이 함께 개선된다.
문제는 이러한 인프라가 특정 단지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인접한 1종 구역 역시 동일한 생활권을 공유하게 된다. 새로운 상권을 이용하고 개선된 교통망의 혜택을 누리며 신축 주거단지와 같은 생활권에 편입된다. 결국 주변 지역의 가치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서울의 주요 재개발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개발이 완료된 이후 인접 노후 주거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후속 개발 논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주변 지역의 상대적 저평가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를 이유로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1종 구역이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대형 사업장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실제로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장들도 공사비 갈등과 금융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PF 대출 부담과 이자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1종 구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매입 가격이라는 강력한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우수한 지역이라면 임대수요를 통해 보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광화문, 시청, 여의도, 마포, 용산 등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운 지역은 꾸준한 임대수요가 존재한다.
결국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원가를 보는 데 있다. 모두가 종상향과 용적률이라는 숫자에 집중할 때, 투자자는 땅의 가치와 입지의 희소성을 봐야 한다.
재개발지역 주변 1종 구역은 규제라는 장벽 뒤에 가려져 있는 저평가 자산이다. 이미 주변은 신축 아파트와 생활 인프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교통과 일자리라는 핵심 가치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금 시장이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1종’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남들이 외면한 곳에서 가장 큰 기회를 만들어 왔다. 종상향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입지이며,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땅이다. 규제 완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재개발지역 주변 1종 구역은 서울 도심의 희소한 토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일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