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재봉쇄'에…"이미 오가는 선박 없고, 정상화까진 수개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전 09: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고 CNN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는 합의에 서명했음에도 선박 통항과 원유 흐름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이란군은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21일 스위스에서 종전 협상을 벌이기 하루 전 나온 발표여서, 합의 이행의 시험대이자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봉쇄 선언이 무색하게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이미 한 자릿수로 줄어든 상태였다. 해운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5척으로, 이란이 4월 중순 잠시 상업 운항을 허용한 이후 가장 많았다. 하지만 미국·이란이 합의 세부사항을 조율하기 위한 첫 협상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다음 날인 19일엔 통항 선박 수가 다시 한 자릿수로 줄었다.

전쟁 전에 이란과 오만 사이를 매일 오가던 유조선 수가 100~120척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극히 미미하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갑자기 대탈출이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통항이 다소 늘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며, 아직 ‘선발주자’가 나올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 이후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유조선 220척을 포함해 약 5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여 있다.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기름을 실은 유조선 약 120척이 빠져나가는 데에만 수주가 걸리고, 빈 유조선 100척이 원유를 채워 출항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주들이 운항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국제 선주단체인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의 야코브 라르센 최고안전책임자는 “휴전 합의 서명에도 해운업계의 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며 “해협 중앙부는 기뢰가 깔려 항행이 불가능하고, 오만과 이란에 가까운 연안 항로만 기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안 구간마저 혼잡과 사고 위험으로 통항이 위험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박들과 함께 약 2만명의 선원도 배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원 지원단체 ‘미션 투 시패러스’의 벤 베일리 책임자는 출항 안전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많은 선원이 떠나길 바란다며 “‘신중한 낙관’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주들에게는 보험 공백도 부담이다. 해상 보험사들은 전쟁 발발 초기 공격·기뢰 등에 따른 ‘전쟁 위험’ 손해 보장을 철회한 뒤, 휴전 합의에도 대부분의 고객에게 이를 복원하지 않고 있다. 보장 없이 위험 구간을 항해하다 손상을 입어도 보상받지 못하는 셈이다. 독립 원유 애널리스트 톰 클로자는 “호르무즈를 닫은 것은 이란만이 아니라 런던 로이즈 같은 보험사들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석 달 넘게 정박한 선박의 항해 적합성, 연료·물자 확보, 선체에 들러붙은 따개비 제거 등 실무적 난관도 수두룩하다. 베일리 책임자는 “이제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으니 모두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설령 선박이 곧바로 운항을 재개해도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 정상화는 별개의 문제다. 역내 생산·정제 상당수가 전쟁 초기 유조선 통행이 끊기며 멈췄고, 재가동에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평화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신뢰가 관건이다.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그 답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언젠가 안전한 바다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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