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때릴 수록 이란 영향력↑…중동 평화 깨는 '레바논 딜레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전 11:1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문제로 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헤즈볼라를 공격할 수록 레바논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도시 나바티에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 (사진=AF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레바논이 강대국의 희생양인 동시에 강대국에 위험을 초래하는 존재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FT는 레바논이 미국과 이란의 모든 합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으며, 종전 합의를 방해하려는 이스라엘에 완벽한 명분이 된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다. 전날 헤즈볼라와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헤즈볼라의 선제공격을 이유로 이날 오전 다시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 채 전쟁을 끝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헤즈볼라를 끝까지 격퇴해야 한다는 국내 정치적 압박도 거세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MOU 발효 이틀 만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격 취소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은 레바논 전선 문제를 대미 협상과 연계해왔다. 대미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최근 “레바논이 이란을 지키기 위해 4000명의 순교자를 바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공세를 이어갈수록 레바논 남부 민간 피해가 커지면서 레바논 정부의 입지는 약화하고 이란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레바논이 헤즈볼라의 군사 논리에 끌려가는 한 주권국가로서 협상력을 회복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장기화할수록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이란의 영향권으로 더 깊이 밀어 넣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레바논 정부도 이란이 자국을 대리전의 무대로 활용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레바논 정부의 직접 협상만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경 안정과 억류자 문제, 영공 침범 축소 등 제한적 양보를 할 경우 레바논 정부의 외교 성과가 커져 헤즈볼라의 ‘무력 저항만이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명분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궤멸이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할 수록 이란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며 “레바논 휴전의 유일한 통로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이라고 전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