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갈등은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특수부대 하나를 ‘우크라이나 봉기군(UPA) 영웅들’로 개명하면서 불거졌다. UPA는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볼히니아 학살에 가담했던 조직이다. 폴란드계 약 10만명이 숨진 탓에 폴란드 내부에선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키이우 우체국에서 발송 직전인 훈장 사진을 올리며 “2023년 수여된 백독수리 훈장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우리 군을 위한 것이라 믿었다”며 “미래가 우크라이나가 받아 마땅한 존중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특별한 상징이 예카테리나 2세, 무솔리니,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함께 남아도 된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다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지도자, 슈뢰더는 친러 성향의 독일 전 총리다.
이에 다른 우크라이나 인사들도 폴란드 훈장을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모스크바(러시아)만 이롭게 할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하며 자신도 2022년 10월 폴란드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키릴로 부다노우 비서실장은 지난해 받은 공로훈장을 반납하겠다고 했고, 레오니드 쿠치마·빅토르 유셴코·페트로 포로셴코 등 전직 대통령 세 명도 재임 중 받은 백독수리 훈장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양국 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수백만 난민의 통로 역할을 하며 서방의 지원을 주도해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폴란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군수물자 확보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UPA를 둘러싼 갈등은 다음주 폴란드가 그단스크에서 개최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국제회의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단스크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고향이다. 투스크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폴란드의 ‘역사적 민감성’을 침해했다고 비판하면서도, 두 대통령에게 양국 긴장을 풀고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거듭 촉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훈장 반납은 투스크 총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다. 그가 먼저 스스로 훈장을 반납하지 않았다면 투스크 총리가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박탈 결정에 함께 서명해야 할지 직접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부다노우 비서실장이 바르샤바를 방문하고도 폴란드 측이 UPA 명칭 삭제를 요구하면서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고 FT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