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한 뒤 떠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사이 분쟁 당사국인 이란과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핵심 인사들은 줄줄이 베이징을 찾았다. 지난달 초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에 이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지난달 말 베이징을 다녀갔다. 두 국가 모두 친중 국가로 분류된다.
심지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중순 베이징을 국빈 방문했다. 나아가 그는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는 완전히 중립을 지켰다”며 시 주석이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에 맞서 해군력을 동원하지 않은 점을 추켜세웠다. 이어 “시 주석이 나를 도왔다. 그가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며 사의를 내비쳤다.
중국은 전쟁 내내 신중한 외교 노선을 걸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난하고 미국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를 계속 사들였지만, 양측 모두와 소통 창구를 열어뒀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4월 4개항의 평화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아라그치 장관과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적절히 다뤄야 한다”며 “평화의 새벽이 밝았다. 다음 단계의 관건은 모든 당사자가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은 전쟁이 촉발한 역사적인 에너지 충격도 이웃 나라들보다 잘 견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전략 비축유와 그린테크·전기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이른바 ‘수에즈 순간’이 아니냐는 논쟁도 일고 있다. 1956년 영국이 수에즈 운하 통제권을 잃은 사건은 영국이 강대국 지위에서 내려오고 미국이 부상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쑨더강 푸단대 중동연구센터 주임은 16일 관영 환구시보 기고에서 “수에즈 위기가 영국에 드리운 그림자가 이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에 재연되고 있느냐”고 물으며 “이번에 미 군사력은 워싱턴이 상상했던 만큼 압도적이지 않았고, 미국 주도 글로벌 동맹 체제는 분열 조짐을 보였다”고 적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웨이보에 “중국은 먼 중동 전쟁의 ‘승자의 후광’을 쓸 생각이 없다”면서도, 이번 전쟁이 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억지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탄약 비축 한계가 드러났고, 이란처럼 고립된 적을 상대로도 서방 연합을 꾸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쑨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CNN에 “미국은 여전히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외부 행위자다. 달라진 것은 그 지배에 훨씬 큰 정치·군사·경제·평판 비용이 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주권과 불간섭,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는 중국식 세계관이 더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신뢰는 미국 비판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중국이 실질적 외교 해법을 내놓고 에너지 안정을 지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