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슈탄스슈타트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중동 분쟁 종식 협상을 위한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자 회담에서 셰바즈 샤리프(가운데) 파키스탄 총리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타니(오른쪽)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합의 직후부터 흔들린 호르무즈 해협
NYT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핵심 성과로 꼽았던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군은 미국이 레바논 내 교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은 합의대로 해협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반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다.
◇美, 군사적 우위 못 살려
페르시아만 안보 전문가인 케이틀린 탈매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NYT에 “이번 합의는 전쟁이 미국의 새로운 군사적 우위를 입증해서 나온 문서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였고, 더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문서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거 이란 핵합의와 비교하면 이번에 무엇을 달성했는지 의문이 강하게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침공에 대한 미국의 금기를 깼지만, 그 과정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워싱턴이 유지해온 핵심 수단인 ‘무력 사용 위협’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했음에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험은 이란이 그대로 내면화할 교훈이라는 것이다. MOU에는 미군 병력이 30일 안에 이란 ‘인근’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라이베리아 선적 컨테이너선 ‘MSC 태즈먼 VI’(왼쪽부터)와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완하이 353’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오만만에 접한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토후국의 코르파칸 컨테이너 터미널 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AFP)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고, 그 운명은 향후 협상으로 미뤄졌다. 탄도미사일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고위 군 지휘관 다수와 함께 사망하는 등 정권 핵심부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권 자체는 새 지도부 체제로 존속했다.
오히려 이란 내부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협상 대표였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현지 국영방송 IRIB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함으로써 지렛대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전쟁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잠재 역량이었다”고 말했다. MOU는 향후 두 달간 선박의 자유 통항을 보장하지만, 이란은 전쟁 전에는 없던 통행료 부과 제도 도입을 시사한 상태다.
이번 합의로 이란은 미 해군의 봉쇄 해제, 걸프 아랍국이 조성할 3000억 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재건 기금,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 해제, 전면적인 대(對)이란 제재 해제 등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됐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이런 보상이 실제 이란의 행동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레바논 “최대 변수”…걸프국은 ‘이란과 황금 다리’ 모색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으로 최소 한 세대 동안 이란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정작 동맹국 미국이 자국 목표를 배제한 채 합의를 체결하면서 소외됐다. 레바논 내 군사작전 자유도 제한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출신 대니 시트리노비치는 “이는 우리가 이란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전략의 붕괴”라고 평가했다.
레바논은 분석가들이 이번 합의의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꼽는 곳이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하마스 지원전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따른 전쟁 등 두 차례 참혹한 전쟁에 레바논을 끌어들이며 자국 내 지지 기반이던 시아파 다수의 반감을 샀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민간인 약 4000명을 포함해 수천 명이 숨졌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헤즈볼라 군사력 재건을 지원하고 재건 자금 일부가 헤즈볼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이 조직이 당분간 합의를 존중할 유인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케나리트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AFP)
◇“결국 속 빈 강정”…다음 변수는
중동연구소(MEI) 회장을 역임한 폴 살렘 CSIS 비상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가진 주요 지렛대를 스스로 제거한 지금, 핵 문제에서 큰 진전이 있으리라고는 회의적으로 본다”며 “이번 합의는 길고 파괴적인 전쟁 끝에 나온 일종의 ‘속 빈 강정(nothing burger)’”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주목할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레바논 내 헤즈볼라·이스라엘 간 충돌의 확전 여부다. 미국이 어느 수준의 폭력을 ‘용인 가능한 선’으로 볼지, 그 선이 깨질 경우 다시 군사적으로 개입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란 핵·미사일 문제의 향후 협상 일정과 미군의 ‘인근 지역’ 철수 범위도 향후 합의 이행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JD 밴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자 회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