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선거나 통화정책처럼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예측하라고 만든 시장이 월드컵 승부차기나 유명인 결혼에 돈을 거는 도박판이 된 것이다.
칼시와 폴리마켓 같은 예측시장은 본래 군중의 베팅이 모이면 여론조사나 전문가보다 미래를 더 정확히 맞힐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폴리마켓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주요 여론조사를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을 맞혔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도 곧잘 예측해왔다.
이 구상의 뿌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오와대 경제학자 세 명이 여론조사가 빗나간 민주당 경선을 보고 선거를 예측하려면 시장을 돌려보자고 뜻을 모은 게 출발점이었다. 이들이 만든 ‘아이오와 전자시장’은 참가자 200명, 베팅 상한 500달러(약 77만원)라는 작은 규모로도 그해 대선 득표율을 거의 정확히 맞혔다.
2008년에는 경제학자 19명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예측시장의 약속’이라는 논문을 싣고 “불필요한 정부 규제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안전장치’도 함께 제시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건 계약은 포함하지 않고, 1인당 베팅액도 연 2000달러(약 307만원)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안전장치가 모두 무력화됐다. 2018년 미 연방대법원이 스포츠 도박을 금지한 연방법을 위헌으로 판결하면서부터다. 이후 스포츠 베팅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예측시장도 급성장했다.
칼시와 폴리마켓은 자신들의 거래가 도박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대두 선물 거래와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고, 카지노처럼 배당을 정하는 ‘하우스’(운영자)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구팀 우승에 ‘지분’을 사는 것은 팬듀얼·드래프트킹스 같은 도박 플랫폼에 베팅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미국 법이 금융 계약을 도박과 달리 취급하는 탓에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학자들은 예측시장의 근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2008년 논문 공저자인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CNN에 “이건 우리 중 누구도 바라던 미래가 아니다”라면서도 “시장은 정보를 집약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수단이며, 대안들은 대부분 형편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는 스포츠 베팅이 거래를 늘려 시장의 정확도를 높인다며 두둔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늘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3월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30여개 주에서 40세 미만을 중심으로 신용 연체가 급증했다.
스포츠 선수가 직접 연루되는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선 현·전직 미 프로농구(NBA) 선수와 코치 등 30여명이 불법 베팅·승부조작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다. 마이애미 히트 가드 테리 로지어는 부상을 가장해 경기에서 일찍 빠지겠다는 정보를 흘려 베팅을 돕고, 경기력을 조작하는 대가로 10만달러(약 1억5330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를 ‘NBA판 내부자거래’로 규정했다.
울퍼스 교수는 “야구 경기에 100명이 베팅하면 그중 한두 명은 도박 중독자일 것”이라며 “98명이 경기를 조금 더 즐기자고 두 명이 인생을 망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