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100엔숍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산업은 최근 열성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한 첫 공동개발 블록 완구 ‘프치블록 DX 퀘스트시리즈’(이하 프치블록)를 선보였다. 330엔(약 3137원)에 전 매장에 깔린 제품으로, 개발 과정에선 열성 팬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좌담회까지 열었다. 팬덤의 발상을 상품에 녹여 ‘싸다’는 강점에 독창성까지 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프치블록 출시는 다이소의 브랜드 영향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쩍 커진 것과도 맞닿아 있다. 절약 소비가 확산하며 일본 브랜드 조사 ‘브랜드재팬’ 일반생활자 부문에서 다이소는 올해 3위에 올라 무인양품·유니클로를 제치고 소매업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22위에서 가파르게 뛴 것이다.
프치블록을 출시하게 된 계기는 팬 커뮤니티였다. 다이소는 2023년 12월 커뮤니티 사이트 ‘다이소의 고리’를 열었다. 회원은 현재 약 2만7000명으로, 매장에서 발견한 상품을 올리거나 구매 후기를 남긴다. 취급 품목이 약 5만2000개에 달하고 매달 최대 1600개의 신상품이 쏟아지다 보니, 팬들에겐 매장이 ‘보물찾기’ 놀이터가 됐다. 그중 프치블록 마니아들이 커뮤니티에 쏟아낸 글이 워낙 뜨거워, 회사가 이 열기를 포착해 상품 개발로 연결했다.
이처럼 소비자를 개발 단계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이미 글로벌 표준에 가깝다.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의 ‘레고 아이디어스’가 대표적이다. 팬이 직접 만든 작품과 설명을 사이트에 올려 1만명의 지지를 얻으면 정식 심사를 거쳐 제품으로 출시되고, 원작자는 순매출의 1%를 로열티로 받는다. 지금까지 약 4만건이 제출됐지만 실제 상품화된 것은 30여건에 그칠 만큼 문턱이 높다. 이 제도는 2008년 일본 기업 ‘쿠소’와의 협업에서 출발했다.
◇내가 만든 레고가 제품 되고…내 노래가 닥터페퍼 광고로
소비자의 창작물을 기업이 적극 채택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미국 음료 닥터페퍼는 한 소비자가 만든 광고 노래를 정식 광고로 끌어올렸다. 크리에이터 로미오 빙엄(26)이 지난해 12월 직접 만든 11초짜리 노래를 틱톡에 올렸는데, 40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자 닥터페퍼가 이를 리메이크해 광고로 제작했다. 이 광고는 올해 1월 평균 시청자가 3000만명에 달한 미 대학풋볼 챔피언십 결승 중계에 두 차례 방영됐다. 빙엄은 사용료를 받았고, 이후 현대차 등 다른 기업과도 협업했다.
미국 과자 브랜드 레이즈는 소비자가 직접 감자칩 맛을 제안하는 ‘두 어스 어 플레이버’ 공모를 운영하고 있다. 우승자에겐 100만달러(약 15억3660만원)가 지급된다. 지난해 공모에선 70만건이 넘는 맛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한 소비자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레시피에서 착안한 ‘베이컨 그릴드 치즈’ 맛이 우승해 전국 매장에 출시됐다.
(사진=AFP)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 유명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던 단계를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주체가 소비자 자신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직접 참여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이 되고, 이들의 입소문은 광고보다 강력하다.
다만 거대 기업일수록 한계도 있다. 다이소는 점포 수가 많은 만큼 발주량이 커 제조업체와의 조율이 까다롭다. 실제로 퀘스트시리즈도 구상부터 출시까지 2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다이소는 비슷한 방식의 마케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엔 식품 분야에서 두 번째 공동개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상지대 아라이 노리코 교수(경영학)는 100엔숍에 대해 “자기 생활을 꾸리는 부품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서고 있다”고 평했다. 닛케이는 다이소가 소비자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파고들기 위해 앞으로도 공동개발 상품을 늘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