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폭염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이날까지 더위와 관련해 최소 18명이 숨졌는데, 차 안에 방치됐다가 숨진 2세와 4세 어린이도 포함됐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더위를 식히려다 물에 빠져 숨진 사망자도 13명에 달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폭염 기간 물놀이 사망자가 172% 급증한 바 있다. 프랑스 기상청 ‘메테오 프랑스’는 전체 행정구역의 절반이 넘는 곳에 폭염 적색경보를 내렸고, 약 3900만명이 경보 영향권에 들었다. 학교 1350여 곳은 문을 닫았다.
이번 더위는 북아프리카 사하라의 뜨거운 공기를 북쪽으로 끌어올린 ‘열돔’(고기압이 솥뚜껑처럼 더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 원인으로, 유럽 전역이 이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의 진앙인 이베리아반도에서는 포르투갈 핀량과 스페인 안두하르의 기온이 42.7도까지 올랐다.
특히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가 40도까지 오른 데 이어, 평소 선선한 북부 바스크 지방의 산세바스티안마저 40도에 달해 무더위로 유명한 남부 세비야·코르도바를 웃돌았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잇는 구간에서는 산불까지 겹쳐 고속철 운행이 두 시간 넘게 지연됐다.
영국은 이번 주 6월 최고기온 기록(35.6도)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됐고, 이탈리아는 로마·피렌체·볼로냐·토리노 등 12개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 가운데 토리노에서는 더위에 지하 전력 케이블이 과부하를 일으켜 정전이 반복되기도 했다. 발칸반도와 독일·벨기에 등까지 번져 유럽 대륙의 3분의 2가 폭염으로 뒤덮였다.
지난해 8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 남성이 눈 덮인 안데스산맥을 배경으로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다. (사진=AFP)
이에 칠레 정부는 노숙인 집중 지원을 위한 긴급 기상 경보 ‘코드 블루’를 발령했다. 코드 블루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비를 동반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가동되는 복지 안전망으로, 공무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노숙인에게 방한복과 음식을 지원하고 인근 공공 대피소로 이송한다. 칠레에선 난방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노숙인이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잦다. 칠레 정부는 지난달 8일 올해 첫 코드 블루를 발령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만 여러 차례 추가 발령했다.
추위는 칠레만의 일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극발 한파가 밀려들면서 기상청이 수도권 부에노스아이레스주를 비롯해 라팜파·코르도바·산타페·엔트레리오스 등 중북부 여러 주에 한파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파타고니아와 팜파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졌고, 이날 시작된 남반구 겨울 시즌과 맞물려 강추위가 이어졌다. 우루과이에서도 이번 주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한파로 체감기온이 영하권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남미는 지난해에도 6월 말부터 남극발 한파가 덮쳤다. 당시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극지를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선 10여 년 만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 올해도 강추위가 본격화하며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폭염의 원인으로 ‘오메가 블로킹’ 현상을 지목했다.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모양으로 구부러지면서, 가운데 자리 잡은 고기압 아래에 더운 공기가 갇히고 양옆에 찬 공기가 놓이는 형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클레어 반스 연구원은 “북아프리카 사하라에서 더운 공기를 끌어 올리고 있어 강한 더위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매우 느리게 움직여 바람 한 점, 더위를 식힐 산들바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폭염과 폭풍을 갈수록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