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 재개와 중동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로이터)
◇인도적 지원부터…군사 지원은 선긋기
중국은 지난 17일 이란과 레바논에 의료·긴급 물자를 조만간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왕 부장은 이란 고관에게 이란과 걸프 국가들 간의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걸프 국가들 내 미군 기지와 에너지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해 역내 긴장이 고조된 상태였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군사 분야 등 본격적인 지원은 자제하는 방향이다. 이른바 ‘전략적 자제’를 유지하며 인도적 지원과 중재 외교에 역할을 한정하는 접근이다.
◇에너지 안보가 핵심 동인
중국이 이란 지원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뚜렷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중국은 원유 소비량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며,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중동에서 조달한다. 이란산 원유의 경우 약 90%를 말레이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해 우회 수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연료·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이란 측도 중국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미·이란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이달 중순 “중국은 이란에 있어 특별한 존재이며 모든 의미에서 진정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중국 담당 특별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브릭스·SCO 활용해 주도권 노려
왕 부장의 이번 인도 방문은 브릭스(BRICS) 고위급 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포함해 10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는 오는 9월 중순 뉴델리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중국은 미국이 배제된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적극 활용해 이란 지원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와세다대학 아오야마 루미 교수는 이번 미·이란 충돌 국면에서 중국이 “중동 정세에 관한 정보가 집약되는 허브”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이란 양측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양국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과도 무기 수출 등을 매개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줄타기 외교의 딜레마
다만 중국의 전략에는 구조적 딜레마가 내재해 있다. 이란 지원 수위를 높이면 이란과 대립해온 미국 및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미중 관계가 흔들리면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 중인 대만 통일 구상에도 차질이 생긴다. 걸프 국가들과의 마찰은 원유·천연가스의 안정적 조달을 위협할 수 있다.
아오야마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걸프 국가들과의 균형을 의식하면서 이란 지원을 포함한 중동 외교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