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뷔르겐슈토크 고급 호텔 단지에서 열린 ‘루체른 호수 정상회담(Lake Lucerne Summit)’에서 미국과 이란이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사진=POOL, AFP)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밴스 부통령의 미묘한 정치적 입장을 조명했다. 그가 반대했던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관의 변덕을 헤쳐나가는 동시에,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상대를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어제 이란 측에 말한 것은 이렇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표현을 빌리자면 여러분이 ‘쓰레기 같은 말(trash talk)’을 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란)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하면 대통령은 대응할 것이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모든 정치적 부담을 밴스 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합의가 성공하면 내가 공을 가져갈 것이고, 실패하면 밴스를 탓할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농담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NYT를 비롯해, 미국의 유수의 언론과 정치전문가 모두 밴스 부통령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연구원인 카림 사자드푸르는 밴스 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밴스 부통령은 인기 없는 전쟁을 끝낸 공로자지만 반대로 실패로 평가될 경우 미국에 굴욕을 안기고 적대국에 수십억달러를 양보한 협상의 설계자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협상의 성공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휘관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사자드푸르는 “그것은 어떤 미국 정치인에게도 좋은 위치가 아니다. 하물며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종전과 물가안정을 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굴욕적 패배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미군 13명이 사망하자 지지율이 급락했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자드푸르는 “미국인들은 전쟁을 싫어하지만, 패배는 더 싫어한다”고 밝혔다.
협상 역시 쉽지 않다. 밴스 부통령이 이틀간의 협상을 끝내고 스위스를 떠나자마자 그가 설명했던 장기협상 구상의 토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유엔 핵사찰단을 추청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이란 측은 “새로운 약속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밴스 부통령은 카타르가 동결된 자산을 해제해 이란이 미국산 대두·옥수수·밀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미국 농가 지원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해당 자금이 인프라 재건에 사용될 것이라며 미국 측 설명을 부인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런 공개적인 의견 차이를 축소하려고 했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언론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란 소셜미디어(SNS)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어느 정도 경계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들이 협상을 교묘하게 이끌어갈 수 있지만, 우리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