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변덕이 법 위에 설 순 없어"…美 판사들, 트럼프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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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3:5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를 겨냥한 연방법원 판사들의 비판이 전례 없이 거세지고 있다. 사법부와 법치 자체를 흔드는 행정부의 행태에 판사들이 이례적으로 날 선 언어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총 69명의 판사들이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판결 77건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판사도 11명에 달했다.

판사들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권력 남용, 거짓에 기반한 행동, 그리고 정치적 보복이다. 이 가운데 권력 남용이 64건(83.1%)으로 가장 많았다. 한 판결에서 브라이언 머피 판사는 “대통령의 의지가 의회의 의지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헌정 체제의 근간”이라며 “대통령의 변덕이 행정기관의 법적 의무를 뒤엎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행정부가 진실을 가리거나 적법 절차를 무시했다고 본 판결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판사는 행정부가 소송을 유리하게 마무리하려고 일부 양보안을 ‘시험’하듯 내놓는 행태를 두고 “연방법원은 행정부의 실험실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일부 판결에서는 판사들이 행정부의 조치가 정치적 보복이나 인종 차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판사는 “헌법은 이민자 구금을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징벌 수단으로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가장 강도 높은 판결은 세 유형을 모두 결합한 경우였다. 지난해 9월 앨리슨 버로스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연방자금 동결을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행정부가 반(反)유대주의를 명문대를 겨냥한 이념적 공격의 연막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적시했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행태를 “비열한”, “비(非)이성적인” 등의 표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행정권 남용 관련 판결이 많았고, 이후 추방과 출생시민권 등 이민 관련 판결이 35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인 ‘메트로 서지’(Metro Surge) 이후 소송이 급증했으며, 비판은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법원을 향해 맞받아치고 있다. 백악관은 CNN에 하급심 판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박하며 “사법 행동주의”에도 불구하고 국정 과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던 백악관 무도회장 건설을 막은 리처드 리언 판사를 두고 소셜미디어에 “트럼프를 증오하는” “통제 불능”의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등 양당이 임명한 판사들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왔다.

현직 판사들이 정치적 논쟁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사이, 퇴임한 판사들은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40여년간 연방판사로 일하다 지난해 11월 사임한 마크 울프 판사는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전례가 없다”며 미국의 사법 체계가 존립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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