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동결자금 식량·의약품 구매만 허용"…이란 "자유 사용" 반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전 02:5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협상 과정에서 해제되는 동결 자금은 미국의 통제 아래 식량과 의약품 구매에만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해당 자금을 자국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양측이 협상 진전을 강조하면서도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를 노출하면서 최종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동결 해제되는 자금은 미국이 통제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될 것”이라며 “옥수수와 밀,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과 의약품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이 향후 장기간에 걸쳐 최고 수준의 핵 사찰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약 4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인 개방을 유지하기 위한 협상의 핵심 성과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동결 자금은 이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산 제품 구매에만 사용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핵 사찰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한 적도 없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찰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의 일환으로 약 120억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이 두 차례에 걸쳐 해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내 대이란 강경파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체결된 양해각서를 두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이 확보한 자금을 군사력 재건이나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에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서부와 남부 농업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는 점에서 동결 자금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쟁점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 문제다. 이란은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주둔이 평화합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5차 협상이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중동 동맹국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을 방문해 이란과의 잠정 합의가 역내 안보와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논의 의제에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포함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날 해협이 상업용 선박에 완전히 개방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운영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만과 이란은 공동성명을 통해 해협 관리 체계와 서비스 제공 방식, 통행 비용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22일부터 스위스에서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측은 대이란 제재 해제와 우라늄 농축 제한 문제를 논의할 실무 작업반 구성에도 합의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협상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양국 실무대표단은 이번 주에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측은 각기 국내 여론을 의식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공화당 내 강경파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반면, 이란은 이번 합의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외교적 성과로 부각하고 있다. 결국 협상 결과보다도 각국이 이를 어떻게 자국민에게 설명하느냐가 향후 협상 지속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협상 진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국제유가는 이날 하락세를 이어가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77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4월 말 기록한 배럴당 125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보다는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동발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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