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뚫렸지만…'따개비와의 전쟁'이 뜻밖의 복병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4:0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수개월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유조선 수백 척이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던 탓에 따개비와 홍합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해양생물들을 떼어내기 전에는 배를 띄울 수조차 없는 데다 제거 비용이 급증해 멈춰 섰던 원유 공급을 되살리는 데 또 하나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ISNA·AFP)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ISNA·AFP)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종전 기대가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려 대기 중인 정박 선박이 600척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페르시아만에 갇혀 선체에 따개비와 홍합, 조개, 조류 등이 대거 달라붙은 상태로, 청소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할 면적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초대형 유조선은 길이가 300m가 넘고 폭이 약 46m로, 청소해야 할 선체 바닥만 1만4000㎡에 이른다. 축구장 약 2개 넓이다. 배 한 척을 청소하는 데만 잠수부 5~6명이 손 스크래퍼와 고압세척기를 들고 4~5시간을 매달려야 한다.

완강하게 붙은 따개비는 전동 연마기나 유압 고압세척기로 긁어낸다. 다만 생물 부착을 막아주는 선체 도료와 특수 코팅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팅이 벗겨지면 환경 규제를 위반하거나 보험 약관을 어기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떼어내 청소한 뒤 다시 끼워야 하는 프로펠러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배에 해양생물이 쌓이는 이런 현상을 업계에서는 ‘생물오손’이라고 부른다. 이는 배의 유체역학을 망가뜨려 연비를 크게 떨어뜨린다. 로이즈마켓협회의 닐 로버츠에 따르면 연료비는 선박 운항 비용의 약 50%를 차지한다. 게다가 각국 규제는 입항 전 따개비 등을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따개비 틈에 낀 침입종이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서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청소 비용도 급등했다. 선주 단체 BIMCO의 아론 쇠렌센 최고환경책임자는 청소팀이 요금을 수천달러씩 올려 지금은 배 한 척당 수만달러(수천만원) 이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저 청소는 수억 배럴의 원유가 목적지로 향하기 전 거쳐야 할 긴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이란은 지난 19일 해협을 통과하려는 기업에 자국 등록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고, 좁은 수로에서는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금융·보험사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즉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선주와 선박이 짊어질 부담은 대폭 커진 상황이다. 해협이 다시 열렸어도 원유 시장이 전등 스위치처럼 곧바로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결국 모든 일의 출발점은 한곳에 오래 멈춰 있을수록 더 많이 들러붙는 따개비다. 미국 플로리다의 전문 잠수부 데릭 햄은 유조선들이 넉 달가량 정박해 있었다는 말에 “그 정도면 별별 게 다 들러붙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