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암시장서 엔비디아 AI칩 가격 2배 '껑충'…"이제 미국보다 비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4: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암시장에서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가격이 최근 6개월 사이 두 배 넘게 급등했다. 미국이 불법 수출 단속을 강화한 가운데서도 중국 기업들의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다. 이제는 임대료도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더 비싸게 내야 하는 실정이다.

(사진=AFP)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중국 칩 거래상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주력 서버 ‘DGX B300’의 암시장 가격이 6개월 전 400만위안(약 9억816만원)에서 최근 800만위안(약 18억1632만원)으로 2배 뛰었다고 전했다.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8개가 들어간 이 제품의 미국 소매가가 약 40만달러(약 6억186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수준에 팔리는 것이라고 FT는 부연했다.

스타트업들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돌리기 위해 즐겨 찾는 ‘RTX 6000 프로’도 올해 초 5만위안(약 1135만원)에서 13만위안(약 2952만원)까지 올랐다. 두 제품 모두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반출이 금지돼 있다.

이런 가격 급등은 미국의 단속이 수출 금지 칩을 중국으로 빼돌리는 밀반입 통로를 좁혀놓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국이 국산 칩으로의 대체를 밀어붙이는데도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거래상은 “빠져나갈 구멍이 줄었다.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개상이 이 칩들을 거래하기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국 당국이 불법 칩 수출 수사를 강화하자 공급이 특히 크게 막혔다. 지난 3월에는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가 25억달러(약 3조8663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AI 서버를 중국에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AI 칩 수출과 관련해 미국 사법당국이 다룬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당국도 중국으로의 재수출 경로를 겨냥해 밀수 조직 수사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밀수 제품으로 데이터센터를 짜 맞추는 것은 “막다른 길”이라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는 거대하고 복잡해 밀반입 제품으로 구축하기란 매우 어렵고, 우리는 수출 금지 제품에 어떤 지원이나 수리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준법 노력이 밀수 시도를 거듭 막아냈고, 이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기소 위험을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 역시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칩 채택을 앞당기기 위해 ‘H20’과 ‘H200’을 비롯한 엔비디아 제품의 반입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AI 서비스와 자율 에이전트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첨단 모델 훈련보다는 수많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용 칩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산 대안은 아직 공급과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해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화웨이는 최근 주력 AI 칩 ‘어센드 950PR’을 내놓고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과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고객들은 게임용 프로세서나 ‘A100’ 같은 구형 장비까지 사들이며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한 거래상은 “구형이라도 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A100 칩이 들어간 서버 가격은 지난해 말 20만위안(약 4541만원)에서 최근 60만위안(약 1억3622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H200 통제로 품귀가 심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H200 판매를 허용했지만, 중국 세관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막도록 지시하면서다.

거래상들은 H200을 여전히 구할 수는 있어도 홍콩에서 거래를 마친 뒤 본토로 몰래 들여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허용된 서버 안에 금지 칩을 끼워 넣는 수법도 쓰이지만, 한 거래상은 “미국 규정은 어겨도 중국 규정은 못 어긴다”며 위험이 크다고 했다. 재고도 없이 보증금만 챙기는 사기도 늘었다.

엔비디아 하드웨어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AI 연산 능력을 빌리는 임대료도 뛰었다. 2년 전만 해도 밀수 칩이 흔해 중국의 GPU 임대료가 미국보다 쌌지만, 지금은 미국과 비슷하거나 블랙웰 기반 시스템은 오히려 더 비싸졌다. 한 판매상은 “모든 제품 가격이 폭등했다. 이 가격에 수요를 줄인 사람도 많다. 힘든 한 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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