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탄 사람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AFP)
유럽이 에어컨 보급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과거 냉방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염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기록적인 고온이 장기간 지속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브라이언 머더웨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효율·포용적 전환국장은 “유럽에는 에어컨 문화가 없었다”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에어컨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치비와 전기요금 부담도 크다. 유럽은 미국보다 에너지 비용은 높지만 가구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다. 건축물의 역사가 오래돼 에어컨을 설치하기 어려운 구조로 지어진 집이 많아 설치비도 비싸다. 영국에서는 주택 여섯 채 중 한 채가 1900년 이전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건물은 중앙 냉방 시스템을 설치하기 어렵고, 실외기 설치도 건물 외관 규제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
정책적 부담도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컨 보급이 늘면 전력 수요가 증가해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소비할 뿐 아니라 실외로 열을 배출해 도심 기온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건물 밀도가 높은 유럽 도시에서는 이런 영향이 더욱 크다. 파리의 에어컨 사용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외부 기온이 2~4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스페인은 2022년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장소의 에어컨 설정 온도를 섭씨 27도 아래로 낮추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유럽 지역의 기온이 오르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IEA는 EU 내 에어컨 보급 대수가 2050년 2억7500만대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냉방업체 에어컨디셔닝컴퍼니는 최근 5년간 주택용 에어컨 문의가 세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최고 기온을 기록한 프랑스에서도 에어컨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어컨 사용에 반대해왔던 마리 톤델리에르 환경당 대표조차 최근 “이제는 에어컨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진보 정당들이 이념적인 이유로 에어컨 사용을 반대해왔다며 병원, 요양시설, 학교 등에 냉방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