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OPEC…이라크 "생산 할당량 안 늘려주면 탈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6일, 오전 12:17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원유 생산 할당량(쿼터)을 대폭 늘려주지 않을 경우 탈퇴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과 두 달 전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을 떠난 데 이어 창립 회원국인 이라크까지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산유국 연합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 외곽에 위치한 나흐르 빈 우마르 유전 및 가스전(사진=AFP)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 외곽에 위치한 나흐르 빈 우마르 유전 및 가스전(사진=AFP)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부 고위 관계자는 “OPEC이 이라크의 생산 할당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려주지 않는다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방침은 OPEC에 남아 쿼터 상향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탈퇴 가능성도 검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실제 탈퇴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이자 1960년 OPEC 창설을 주도한 5개 창립 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이라크가 실제로 OPEC을 떠날 경우 조직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지난 5월 UAE가 생산량 제한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OPEC을 탈퇴한 데 이은 또 다른 균열이다.

이라크가 압박 수위를 높인 배경에는 전쟁 이후 악화된 재정난이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수출이 급감했다. 현재 이라크의 7월 OPEC 생산 할당량은 하루 437만 8000배럴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수출 차질로 이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OPEC 집계 기준 5월 생산량은 하루 148만 배럴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인 2월 약 420만 배럴에서 급감했다.

이라크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하루 700만 배럴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알리 알 자이디 이라크 총리도 전날 이라크 국영 INA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생산 능력과 인구 규모를 반영해 OPEC이 생산 할당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라크 석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가 OPEC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OPEC 체제 안에서 생산 할당량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언을 단순한 엄포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OPEC과 8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현재 회원국들의 생산능력을 재평가해 2027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기준 생산량을 산정하고 있다. 이 기준이 향후 각국의 생산 할당량을 결정하는 만큼 이라크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탈퇴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OPEC+의 핵심 7개 회원국은 4월부터 6월까지 생산 할당량을 하루 약 60만 배럴 확대했지만,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 수출 차질로 인해 상향된 목표치를 실제 생산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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