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싸움, 호주 16세 미만 SNS 차단 성공할 수 있을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7일, 오후 04:35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원천 봉쇄하며 주목받았던 호주 정부의 초강력 규제 법안이 시행 반년 만에 중대한 기로에 섰다. 청소년들이 각종 우회 수단을 동원해 규제를 무력화하자,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거액의 벌금 부과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전면적인 ‘2차 전쟁’에 돌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최근 의회와 공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관련 법률을 가능한 한 강력하게 만들어 빅테크 기업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이의 제기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인 ‘e세이프티 커미셔너’에 강력한 전권 부용 조치를 시사했다.

정부가 이처럼 다시 강력한 규제의 칼을 빼든 배경에는 현행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대대적인 계정 삭제가 이뤄졌으나, 실제 청소년들의 이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명 의학 저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호주의 12∼15세 청소년 408명을 조사한 결과, 차단 조치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무려 85%가 여전히 SNS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플랫폼의 연령 확인 절차에 허위 답변을 하거나, 화장해 나이가 들어 보이게 찍은 셀카 사진을 안면 인식 시스템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연령 규제를 가볍게 우회했다.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의 법적 공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호주 당국은 미성년자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24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구글(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이 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아울러 호주 정부는 알고리즘 등으로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피해에 대해 기업에 포괄적인 책임을 묻는 ‘디지털 돌봄 의무’(Digital Duty of Care) 법안 추가 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리사 기븐 로얄멜버른공대(RMIT) 정보과학 교수는 “e세이프티가 플랫폼 기업들의 저항에 부딪혀 법 집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더 강력한 권한 부여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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