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의 국제공동비축용 원유 200만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지난 3월25일 한국석유공사 여수 석유비축기지에 입항해 원유를 입고 중이다. (사진=석유공사)
2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 등 주요 원유기업과 국제 공동비축 물량 확대를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 13~16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사후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우디·UAE 등 중동 3개국을 찾은 것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한 것이다.
국제공동비축은 해외 원유기업이 한국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국내 비축기지를 빌려 원유를 보관하는 것이다. 원유기업으로선 동아시아 시장에 즉시 공급 가능한 거점, 한국으로선 당장 원유를 사는 비용 부담 없이 사실상의 전략비축유를 확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1998년 첫 계약을 맺은 이래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3사(아람코·ADNOC·KPC)의 물량 약 1300만배럴을 비축해 왔다. 정부가 유사시에 대비해 비축 중인 전략비축유 9900만배럴와 별개로 약 13%에 이르는 비축유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국제공동비축의 효용성은 이번 중동전쟁 때 확인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며 국내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진 지난 3월 국제공동비축 원유 중 987만배럴을 국내 정유사에 공급해 수급 안정에 힘을 보탠 바 있다.
한국으로선 이번 중동 전쟁이 국제공동비축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동 원유기업 역시 이번 전쟁으로 원유 수출길이 막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중동 외 지역 비축 확대에 적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공사의 전국 9개 비축기지 저장능력은 약 1억 4600만배럴이고 정부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2000만배럴 추가한다는 계획도 세운 만큼, 이론상으론 정부 전략비축유를 제외하고도 국제공동비축 물량을 5000만배럴 안팎으로 확대할 여지가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국제공동비축 계약은 기본적으로 원유기업이 우리나라에 비축할 필요성을 느껴야 맺어지는 것”이라며 “현 상황이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사진=석유공사)
우선구매권의 실효를 높이는 것도 이번 협상의 주된 과제로 꼽힌다. 중동전쟁 발발 직후 A사 국제공동비축유 90만배럴이 제3국으로 수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제공동비축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유사시 필요한 원유를 확보하기 위함인데 이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 추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우선구매권 행사 매뉴얼을 보완하는 동시에, 중동 기업과의 계약에서도 해외 판매 추진 등을 사전 공유할 수 있는 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국제공동비축 물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우리는 비용 효과적으로 비축량을 늘리고 자원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며 “국제공동비축유의 소유권은 중동 기업에 있지만 우리가 우선협상권을 갖는 방향으로 잘 협의한다면 우리가 원유를 필요로 할 때 제3국에 판매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