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중국판 다보스’에서 나온 신호
이달 초 상하이 루자쭈이 포럼에서 중국 당국자들은 역외 위안화 금융 확대, 외국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대상 유동성 공급 창구 신설, 위안화 역외 거래 확대, 중국 금융 섹터의 대외 개방 확대 등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맥닐은 이 발표들을 단순한 금융 자유화 신호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월가를 기쁘게 하거나 재정적으로 자유주의적 경제가 됐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조치들은 미국 금융 레버리지(지렛대)에 대한 중국의 노출을 줄이고 국제 무대에서 전략적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가 달러 대체할 것인가”는 틀린 질문
맥닐이 이 기고문에서 가장 강조한 핵심 논지는, 세계가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의 관심이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인지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베이징의 목표는 더 겸손하고, 따라서 더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라들이 달러 기반 시스템에 ‘독점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강박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중국에게는 전략적 승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역·에너지 거래·국가 보유고·개발 금융·역외 결제의 의미 있는 부분이 달러 채널 밖에서 운영될 수 있는 세계는, 불과 10년 전 세계와 전략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드와드릭 맥닐 롱뷰글로벌 전무이사 겸 수석 정책 분석가 (사진=CNBC)
맥닐은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0년에 걸쳐 위안화 무역결제 프로그램, 역외 청산 센터, 통화 스와프 협정, 대안적 결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온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올해 루자쭈이 발표는 중국 제15차 5개년 계획 첫 이행 연도와 맞물린다. 맥닐은 5개년 계획을 “홍보 책자가 아니라 자원 배분 문서”로 규정하며, 이 계획에 ‘금융 강국’ 목표가 명시된 이상 규제 당국·국유은행·지방정부·금융기관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해당 목표를 지원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제조 2025’를 초기에 무시했다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직결된 선례를 상기시키며 “베이징은 일단 국가 계획에 내재된 전략 목표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며 “월가가 이 위협을 무시한다면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사태·트럼프 리스크가 키우는 ‘달러 이탈’ 유인
맥닐은 현재의 지정학 환경이 중국의 대안 금융 인프라 구축에 순풍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전쟁, 미국의 제재 남용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 무역 정책이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와 중동은 물론, 캐나다·일부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도 달러 의존 리스크를 줄이려는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들이 달러를 버리거나 중국에 의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80년 중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서의 대안을 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바로 그 창이 열리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균형추 서서히 이동”
맥닐의 분석이 옳다면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는 △글로벌 사우스와 중동 국가들이 루자쭈이에서 나온 위안화 유동성 창구를 실제로 얼마나 이용하는지 여부 △미 의회에서 중국 관련 대외 투자 심사 법안이 재점화되는 시점과 범위 △제15차 5개년 계획 이행 과정에서 중국의 역외 위안화 결제 비중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는지 여부 등 3가지다. 중국이 달러 패권을 단번에 무너뜨릴 가능성은 낮지만, ‘대안의 존재’만으로도 지정학적 균형추가 서서히 이동한다는 것이 맥닐의 핵심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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