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이버보안서 앤스로픽 따라잡아"…트럼프 규제가 부른 '역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11:2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인공지능(AI)이 일부 사이버보안 영역에서 미국 앤스로픽의 가장 강력한 모델 ‘미토스’ 성능을 따라잡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판도를 다시 짜는 한편, AI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는 백악관을 압박할 수 있는 변화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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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서 美 따라잡은 中…“격차 빠르게 좁혀져”

중국 즈푸AI(Zhipu AI)는 지난 16일 새 AI 모델 ‘GLM-5.2’를 공개했다. 이는 앤스로픽·오픈AI 모델과 달리 오픈웨이트(개방형 가중치) 모델이다. 즉 누구나 내려받아 감시 없이 수정·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음지의 해커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보안 업계 전문가들은 GLM-5.2가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능력에서 미국 최신 모델과 견줄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이버보안 기업 셈그렙에 따르면 일부 벤치마크(성능 비교) 시험에서 GLM-5.2는 앤스로픽이 지난달 출시한 ‘클로드 오푸스 4.8’을 앞섰다. 연구자들은 추가 지시를 주면 오푸스 4.8과 GLM-5.2가 버그(소프트웨어 결함) 탐지 능력에서 미토스와 대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이버보안 기업 치후360도 지난 24일 미토스와 경쟁할 만하다는 새 버그 탐지 도구 ‘투룽펑’을 내놨다. 이 회사의 저우훙이 CEO는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사이버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런 강력한 무기가 미국의 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상위 모델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성능 격차는 전반적으로 크게 좁혀진 상황이라고 WSJ는 짚었다. 이에 따라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은 중국 AI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중국 모델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리오르 디브 사이버보안 기업 7AI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시간이 갈수록 격차를 점점 더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이버보안 영역을 제외한 다른 작업에서는 아직까지 중국 모델들이 앤스로픽이나 오픈AI 제품에 여전히 뒤처진다는 진단이다.

중국의 약진은 미국 정부가 개발사의 모델 출시를 전례 없이 가로막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오픈AI는 지난 26일 행정부의 보안 우려를 이유로 최신 모델 GPT-5.6의 접근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도 최신 범용 모델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 기관·개인 사용 금지 조치로 2주 넘게 차단됐다. 보안 위험이 이유였다. 이후 행정부는 지난 26일 앞서 제한했던 보안 특화 모델 ‘미토스 5’의 접근만 일부 다시 허용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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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선물 준 셈”…美 규제가 부른 자충수 비판

전문가들 상당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자국의 선도 AI 기업은 압박하면서 AI 칩에 대해선 대중국 수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앤스로픽의 ‘미토스 5’·‘페이블 5’에 대한 접근이 막혔던 사용자 중에는 이 도구들을 시험해 온 미 국가안보국(NSA)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수출 규제를 담당했던 사이프 칸 진보연구소 기술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칩은 팔면서 페이블은 막는 것은 중국에 주는 선물”이라며, 미국이 가능할 때 미토스 등을 최대한 활용해 사이버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 즈푸 같은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 사용을 막는 데는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칩 수출 규제를 피해 갔고, 또다른 일부 기업들은 ‘증류’(distillation·새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에 수십만건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분석해 학습) 기법으로 미국의 기술 성과를 빼냈다.

제이컵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우리 행정부는 중국 오픈소스 모델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아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자국 오픈웨이트 기업을 키우려 한다는 신호도 있다. 국방부는 미국 내 몇 안 되는 오픈웨이트 개발사인 리플렉션AI와 기밀 환경에서 모델을 쓰는 계약을 맺었다.

구글과 스트라이프에서 보안팀을 이끌었던 닐스 프로보스 연구원은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이 더 싸면서도 매우 유능한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쓰도록 부추기는 동시에 미국 AI 산업을 약화시킨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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