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韓 수출 경쟁력 뚝…원화 약세 부추겨 '이중 압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30일, 오후 09:58

[이데일리 방성훈 성주원 기자] 일본 엔화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약 40년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하며 162엔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다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지만 엔화 약세를 막기에는 미미했다. 엔저 영향은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며 지난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엔화 가치 폭락의 원인을 미 인공지능(AI) 산업으로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발생한 ‘킹달러(달러 독주)’ 현상과 미·일 간 장기금리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엔화와 원화의 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화가치가 1986년 12월 이후 39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엔저의 큰 흐름은 2022년부터 시작돼 4년 반 동안 달러화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엔화의 장기 약세 원인으로 미·일 간 장기금리 격차를 가장 많이 꼽는다. 낮은 국내 금리에 투자자가 엔화를 팔고 해외 자산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닛케이도 새로운 소액투자비과세제도(신NISA) 등으로 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 투자를 이어가면서 엔화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신NISA의 자금은 일본 증시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초대형 AI 기술주와 글로벌 기술 펀드로 대거 이동했다.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발 원자재·전력 수요 자극빅테크 기업들의 AI 연산용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은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폭증과 인프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글로벌 에너지와 인프라 원자재 가격 상승→ 수입 의존도 높은 일본의 달러 결제 수요 증가→엔화 가치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고착화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감소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등 구조적 문제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배경이다. 일본은 1998년 이후 처음 엔화 방어에 나섰던 2022년과 2024년에도 시장에 개입했지만, 그때마다 잠시 진정됐을 뿐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모넥스의 외환 트레이더 앤드루 해즐릿은 “미·일 금리 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개입은 일시적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언제든 적절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과감한 조치도 포함된다”며 구두 개입 경고 메시지를 냈다.

블룸버그도 ‘슈퍼 엔저’ 현상에 대해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는 국가부채도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달러로 에너지 수입 대금을 내면서 달러 수요를 늘렸고 이는 엔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50원 턱밑에서 마감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으로의 자본 집중이 원화를 약세로 만들고 여기에 엔저가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저는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를 키우고 이는 다시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이중 압력(Double Pressure)’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환율 하락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1560원대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놨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수급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환율이 하락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내달까지는 15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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