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한 토마스 번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번 고문은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및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겸임교수·교수자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두산·현대건설·SK, 美 원전기업과 잇따라 협력
번 전 회장은 이러한 공급망 공백을 메울 열쇠가 한국에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엑스에너지, 아마존,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내 첨단 원자로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2039년까지 5GW 이상의 신규 원전을 배치하고, 이를 위해 최대 500억달러(약 77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경상남도가 ‘글로벌 SMR 제조 센터’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 차원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창원 공장에서 SMR 원자로·증기발생기 모듈을 제조하기 위해 뉴스케일과 손잡았고, 현대건설(000720)은 홀텍 인터내셔널과 전 세계 SMR-160 프로젝트의 플랜트 건설·공급 협약을 맺었다. SK(03473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나트리움(Natrium) SMR 원자로 및 통합 에너지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은 대형 원자로 분야에서도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의 텍사스 AP1000 원자로 4기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엑스에너지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의 생산 역량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번 전 회장은 “결정적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창원 공장은 미국 내 설치될 11GW급 SMR 파이프라인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전진기지로 거듭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서 TSMC와 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한 것에 빗대, 한국의 원자력 제조사들도 SMR 시장의 핵심 파운드리를 꿈꾸고 있다고 표현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스팀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번 전 회장은 미국 원자력 르네상스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뉴욕주 사례를 들었다.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2017년 인디언포인트 원전을 ‘시한폭탄’이라 지칭하며 2021년 폐쇄를 강행했다. 당시 연방 규제기관(NRC)이 2035년까지 운영 허가 갱신을 추진하던 것과는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그 결과 뉴욕주는 2041MW(메가와트)의 발전 용량 순손실을 기록했고, 재생에너지가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변동성 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다. 2025년 뉴욕의 평균 도매 전력 가격은 2019년 대비 128.3% 폭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캐시 호컬 현 뉴욕주지사는 “우리는 플랜B 없이 뉴욕시 전력의 25%를 잃었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대규모 원전 건설 추진 방침을 밝혔다.
번 전 회장은 현재 24개 주와 워싱턴DC가 자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나 무탄소 전력 목표를 채택한 상태이며, 중국이 이미 올해 두 번째 SMR을 상업 운전 단계에 올리는 등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원자력 르네상스는 한국의 산업적 역량과 미국의 혁신적 기술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양국이 차세대 원전을 통한 에너지 안보와 새로운 경제 질서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플러스 2025’에서 관람객들이 소형모듈원전(SMR)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