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우크라이나는 3년 넘게 러시아 정유시설을 노려왔지만, 그동안은 러시아가 빠르게 복구해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부쩍 잦아지고 또 정교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거리와 돌파력도 높아져 시베리아 튜멘 등 1900㎞ 이상 떨어진 시설까지 타격했고, 지난달 18일에는 두꺼운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의 주요 정유소를 파괴했다. 이번 위기의 분수령이 된 공격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의 공격 속도는 러시아의 정유시설 복구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수리에 필요한 장비 수입까지 막힌 상태다.
러시아의 연료난은 전국으로 번졌다. 모스크바에서도 상당수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시베리아와 북캅카스 일부 지역에선 밤을 새워야 겨우 주유하는 실정이다. 통에 휘발유를 담는 것이 금지되고, 차량당 급유량도 19리터(L)가량으로 제한됐다. QR코드나 수기 명단을 활용한 소련식 배급까지 등장했다.
지역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서부 오룔주는 지역에 등록된 차량에 한해 주 1회만 주유를 허용하기로 했고, 크라스노다르에서는 인근 크림반도에서 넘어온 운전자와 현지 주민 사이에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크림반도에서는 드론 봉쇄로 연료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암시장 휘발유값이 리터당 500루블(약 1만원)을 넘어섰다. 국영 주유소 정상가(리터당 80루블·약 1600원 미만)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베리아 치타에서는 48시간짜리 주유 대기 줄의 자리를 3만5000루블(약 70만원)에 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하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연료 부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당국이 그간 투기꾼과 사재기 탓으로 돌려온 것과는 달랐다. 그는 “운전자와 기업의 어려움이 남아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주유소에 줄이 서고, 때로는 원하는 등급의 휘발유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저급 연료 판매를 허용했고, 휘발유·항공유에 이어 경유 수출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게 할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에는 선을 그었다. 러시아가 화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어 휴전이 이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본토를 겨냥해 장거리 드론을 주로 제조하는 파이어포인트의 이리나 테레흐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만 해도 모스크바에서 연료 부족을 보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승리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