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0주년의 초상… "여전히 강하지만 더는 압도적이지 않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후 04:2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건국 250주년을 맞은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최근 경제·군사·기술 지표를 실증적으로 따져 미국의 국력을 진단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고 강하지만, 상대적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2050년 미국이 지금보다 세계에서 덜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하며 존경받는 나라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도서관을 둘러보며 발언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미국 건국 250주년에 맞춰 오는 4일 정식 개관한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도서관을 둘러보며 발언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미국 건국 250주년에 맞춰 오는 4일 정식 개관한다. (사진=AFP)
◇GDP 세계 1위지만… 제조업 절반에서 15%로

미국 경제는 지표상 역대 최강이다. 2025년 환율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32조4000억달러로 2위 중국보다 55% 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을 주도하고 원유·천연가스 생산도 세계 1위다. 달러는 국제 결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지난 40년간 세계 10대 기업 중 5개가 미국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배력’은 다른 얘기다.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 기준으로는 약 10년 전 중국에 세계 1위 경제 자리를 내줬다. 세계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5년 절반에서 2024년 15%로 쪼그라들었고, 중국은 그 두 배가 넘는다. 달러의 외환보유액 비중도 지난해 57%로 수십년째 내리막이다. 1945년 미국은 세계 인구의 6%로 경제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이후 전후 질서가 다른 나라들을 함께 키우면서 상대적 우위가 줄었다.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무역에서 득보다 실이 컸다고 여긴다. 1999~2011년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최대 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여파다. 다만 미국은 상품 수출에선 밀려도 서비스 수출은 여전히 중국의 두 배에 이른다.

◇항모 11척의 힘, 그러나 승리는 보장 못 해

군사력도 압도적이다. 미국은 항공모함 11척을 보유해 중국(3척·실전 경험 없음)을 크게 앞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5000억달러를 제안했다. 전년보다 44% 늘어난 규모로, 각국 사정을 감안해 조정해도 2위 국가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군사력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이란에서 드러났듯, 항모 11척으로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나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막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보호를 장담하지 않는다. 지난해 동맹국의 군사비(구매력 기준)는 미국을 넘어섰고, 오는 7~8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유럽의 자체 방위 책임 확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지난달 25일 대서양 노스캐롤라이나 앞바다에서 진행된 대규모 해상 훈련 중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니미츠’에 C-2A 그레이하운드 수송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25일 대서양 노스캐롤라이나 앞바다에서 진행된 대규모 해상 훈련 중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니미츠’에 C-2A 그레이하운드 수송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AFP)
◇‘이민의 나라’가 이민 등지는 역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이민의 나라 미국이 이민을 등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2026년 미국의 순유입 이민자는 사실상 0에 가깝다. 미국을 이민 희망 1순위로 꼽은 성인 비율은 15%로, 2007~2009년(24%)보다 크게 줄었다. 한 조사에서 미국은 러시아·중국보다 더 ‘싫은 나라’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구·혁신에서도 추격당하고 있다. 세계 100대 대학 중 미국 소속은 35개로 가장 많지만 그 수는 줄고 있다.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2024년 미국을 앞질렀고, 지난해 중국 연구자들이 낸 논문은 미국·영국·독일·일본을 합친 것과 맞먹었다. 트럼프 정부 첫해에만 7800건 넘는 연구비가 동결·중단됐고 과학자 2만5000명이 정부 기관을 떠났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 지원도 연 290억달러(약 45조원)로 반토막 나, 경제 규모가 5분의 1인 독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이 인기 없는 대통령과 그 정책 탓에 일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최대 강점은 역동성과 스스로 방향을 바꾸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세계가 여전히 강하지만 흔들리는 미국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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