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만큼 덥다"…日, 폭염에 연간 노동시간 28억시간 증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5일, 오전 11: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미국 등에 이어 일본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인 도쿄의 기온과 습도는 동남아시아 도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름 무더위로 사라지는 노동시간만 연간 28억 시간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AFP)
(사진=AFP)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의학저널 랜싯 등이 주도한 국제 연구 결과에서 2024년 일본에서 더위로 사라진 노동시간은 취업자 전체로 28억9082만시간에 달했다. 이는 2010년대 평균(14억2771만시간)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1인당으로 환산하면 43시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닷새치에 해당한다.

닛케이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관측 자료로 2020~2025년 세계 주요 도시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7~8월 도쿄의 최고기온과 습도는 태국 방콕과 싱가포르에 육박했다. 2000년대, 2010년대와 비교해 최고기온과 습도 모두 높아져 ‘열대화’가 뚜렷해졌다는 진단이다. 닛케이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체온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더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하다. 농업·건설업 종사자가 많은 중국은 2024년 1인당 노동손실이 96시간으로 일본의 두 배에 달했다. 더위로 인한 세계 잠재 경제손실은 1조달러(약 1530조원)로 일본의 국가 예산을 넘어섰다. 2024년까지만 해도 영향이 작았던 유럽도 지난달 폭염으로 건설 현장 등에서 작업 단축·중단이 불가피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카타르는 2021년 여름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옥외작업을 금지했고, 기온·습도 등으로 산출하는 더위지수(WBGT)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작업을 멈추도록 했다. 스페인도 2023년 고온 시 옥외작업 규제를 도입했으며, 한국은 지난해 체감온도에 따른 휴식을 의무화했다.

일본도 지난해 노동안전위생규칙을 개정해 온열질환 우려가 있는 작업의 보고 체계와 응급 대응 절차를 정비하도록 사업자에 의무화했다. 그러나 노동기준감독서가 파악한 직장 내 온열질환 사상자(4일 이상 휴업·사망)는 1800명을 넘어 2년 연속 최다를 기록했다. 실내는 대책이 소홀하기 쉬운 데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고령화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에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후 문제에 정통한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시노하라 다쿠야 주석연구원은 “‘사람을 식히는’ 방식에서 ‘사람이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 아침·야간으로의 근무시간 이동, 계절을 넘나드는 노동시간 조정, 원격근무 활용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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