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민 반대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75건, 총 규모는 1300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했다. 또 최근 한 달 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미시간, 미주리, 오클라호마, 오리건, 텍사스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추진 과정에 반발한 주민소환이 잇따랐다. 애리조나·일리노이·오하이오주 등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각종 인센티브를 축소·폐지하며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자원 소비다. 미시간대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최대 2000가구 수준의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환경·에너지연구소(EESI)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인구 1만~5만 명 규모 도시의 하루 물 사용량에 해당하는 1900만 리터의 물을 하루에 소비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지역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용수 부족·전력망 부담이 초래한 관련 인프라를 확충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음 문제에 대해선 일부 주민은 “고문”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설비와 발전기가 24시간 가동되면서 지속적인 저주파 소음이 발생해 주거환경과 수면의 질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STAMP 산업단지의 500㎿(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약 190억~200억 달러가 투자되지만, 주민들은 상시 고용이 125명 수준에 불과하고 오히려 개발사에 제공될 약 15억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지역사회가 부담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주민 반발은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 서비스 경쟁력은 결국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보에 달린 만큼 인허가 지연이나 프로젝트 취소가 늘어나면 빅테크의 AI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AI 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는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주민 반대 확산을 데이터센터 건설의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주도하는 증시 랠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AI 업계 내부에서도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사업자는 주민과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기존 데이터센터로 초청해 소음 수준 등을 직접 공개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2035년까지 18.4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확보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사례는 사업 초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슷한 갈등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한국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데이터센터는 올해 초 주민 민원으로 공사가 한 달 반가량 중단된 뒤 재개하기도 했다. 과천 주암지구에서도 주민들이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