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 가면 피눈물 흘릴 판…'초유의 상황' 벌어진 유럽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7일, 오후 09: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꿈의 여행지로 사랑받아온 유럽이 올여름 최악의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 치솟는 항공료와 결항, 살인적 폭염, 입출국 심사 대란, 감염병 우려가 한꺼번에 겹치면서다. 이런 불확실성이 유럽 여행의 방정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 은박 담요를 두르고 있다. (사진=AFP)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 은박 담요를 두르고 있다. (사진=AFP)
◇이란전쟁발 항공유 급등…항공권값 뛰고 결항 속출

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올여름 유럽 호텔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급증했고, 여름 평균 객실료도 42% 올랐다고 예약 사이트 호텔플래너는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여행이 위축되면서 유럽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출발에 임박해 예약하거나 모든 비용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호텔플래너는 부연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은 유럽 여행에 악재로도 작용하고 있다. 우선 항공유(제트유) 값이 급등하면서 항공권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제트유 가격은 지난 4월 배럴당 122.50달러(약 18만7486원)로 정점을 찍은 뒤 75달러(약 11만4788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지난 5월 전 세계에서 1만3000편의 항공편이 운항 일정에서 빠졌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 집계다.

덴턴 신케그라나 다우존스 에너지 수석 오일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 이후 여전히 (제트유) 공급이 빠듯하지만 전면적 공급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가능성이 줄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엎고 원점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정상화까지는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결항을 피하려면 자체 정유소를 갖춘 스페인을 목적지나 경유지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아울러 계절성 관광지보다는 이탈리아 로마·영국 히스로 등과 같은 연중 허브 역할을 하는 공항을 택하고, 연결편 대신 기차·페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덮친 살인적 폭염…“남은 여름 동안 또 올 것”

폭염도 유럽 여행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가장 빠르게 오르는 대륙이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유럽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 네 번이 모두 최근 5년 안에 몰렸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미 ‘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는 기온이 일찍 치솟아 폭염도 예년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CNN 기상학자 테일러 워드는 “5월 말 서유럽 상당 지역이 섭씨 35도 안팎에서 40도에 육박했고, 런던은 35도까지 올라 5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아일랜드·프랑스도 지난 5월 기록적 더위를 겪었다. 워드는 남은 여름 동안에도 폭염이 “거의 확실히 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페렌츠 공항에서 승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페렌츠 공항에서 승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
◇입출국 대란에 비행기 놓치기 일쑤…“3시간 전 도착해야”

유럽연합(EU)의 입출국시스템(EES)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되면서 비EU 시민은 솅겐 29개국 입국 때 생체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사진·지문 채취로 곳곳에서 긴 지연이 빚어졌고, 솅겐을 떠날 때에도 절차가 오래 걸려 귀국 항공편을 놓친 여행객이 속출했다.

CNN의 클래리사 워드 기자는 지난달 리스본에서 런던으로 가며 항공편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지만, EES 줄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다 비행기를 놓쳤다. 그는 “세 아이 엄마로서 몇 시간씩 줄 서는 걸 상상하면 불안해 속이 메스껍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EES엔 약 9000만건의 입출국이 등록됐고, 약 4만명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전문가들은 병목이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수하물이 없어도 항공편 3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라고 조언한다.

◇감염병 공포에 크루즈 집단감염까지…아프면 ‘치료비 폭탄’

감염병도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올해 초 관광객들이 위장염 집단감염으로 숨진 카보베르데 사례처럼, 여행지 위생 관리가 필수가 됐다. 기내와 호텔, 관광지의 문손잡이·수도꼭지·변기·팔걸이 등 여럿이 손대는 곳을 통해 병이 옮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내와 호텔 욕실을 소독하고, 직접 깐 과일이 아니면 피하며, 양치까지 생수로 할 것을 권한다.

크루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프랑스 보르도 당국은 노로바이러스 발병으로 앰배서더 크루즈 라인 선박의 하선을 막았고, 지난 4월 프린세스 크루즈의 캐리비언 프린세스호도 미국 플로리다 기항 중 감염이 발생했다.

문제는 배 위 의료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크루즈 전문가 매트 티만 에버블리스 배케이션스 대표에 따르면 결막염 진료에 220달러(약 33만6710원), 연고에 300달러(약 45만9150원)가 들었고, 한 승객은 호흡기 감염에 580달러(약 88만7690원)를 썼다. 그는 여행자보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CNN은 이런 불확실성 요인들이 올여름 유럽 여행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여행 습관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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