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광장 인근에서 추모객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가족들의 관을 실은 운구 행렬을 에워싸고 있다. (사진=AFP)
이러한 반미 영상을 부각시킨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추모 행렬은 이란 역사상 최대 규모 집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란 당국은 지난 4일 시작된 추모식에 110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운구 행렬에는 수백만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국영매체는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대규모 장례에 견줄 만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24 등 외신은 이번 국장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이슬람공화국의 힘과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전했다. 대규모 인파를 동원해 현 지도부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 이란 당국자는 프랑스24에 “붉은 깃발을 들고 복수를 요구하는 수백만명의 존재는 이란이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정치적 메시지는 외국 조문단을 맞이하는 방식에서 더욱 뚜렷했다. 지난 3일 조문 온 대표단은 하메네이의 시신 앞에서 상대를 겨냥한 듯한 쿠란 구절로 맞이받았다.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에는 순교와 신과의 언약을 강조하는 구절이 주어진 반면, 미군 기지를 둔 사우디에는 소수가 대군을 이긴 바드르 전투 구절이, 전쟁 중 중립을 지킨 튀르키예에는 “집에 머무는 신자들은 알라의 대의를 위해 분투하는 자들과 같지 않다”는 구절이 주어졌다.
사남 바킬 영국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소장은 “이란이 쿠란을 전략적 신호로 활용해 저항의 동반자에게는 인내를, 사우디·튀르키예 같은 경쟁국에는 암묵적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맹주로서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중동 패권을 다퉈왔고, 튀르키예 역시 시리아 내전 등에서 이란과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지역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왔다.
이런 강경 기조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이어진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정상화하는 협상에서 이 전략 수로에 대한 단독 통제권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에 동결된 수십억달러 규모 자산의 조기 해제가 무산될 위험까지 감수하는 모습이다.
반면 전쟁 중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들은 격을 낮춘 대표를 보내 이란의 외교적 고립도 드러났다. 카타르는 의회의장을, 사우디는 외무차관을 파견했고, 집중 표적이 됐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아무도 보내지 않았다.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광장 인근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운구 행렬에서 추모객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
다만 새 지도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로 등극한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부친을 숨지게 한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뒤 한 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서다. 이번 장례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란 지도부는 강경한 신호를 거두지 않았다. ‘세기의 행사’로 불린 이번 장례에서 혁명광장에는 거대한 주먹 조형물이 세워졌다. 이란 안팎의 적들에게 ‘이슬람공화국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저항의 주먹’이라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