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백도어"…美中 AI기업 신경전 격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7일, 오후 07:3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 탈취를 주장하며 정부와 의회에 대응 강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미국 AI 서비스의 보안 위험을 지적하고 나섰다. AI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양국 기업 간 신경전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가 앤스로픽의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를 고위험 소프트웨어로 분류하고 오는 10일부터 직원들의 사용을 막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백도어 보안 위험’을 들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 앤스로픽이 서비스에 중국 사용자를 탐지하기 위한 ‘숨겨진 코드’를 심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 앤스로픽은 이용약관을 통해 중국 등 적대국 기업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 사용자로 추정되는 접속을 탐지해 차단하는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알리바바의 이번 조치는 앤스로픽이 미 상원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AI 기술을 뻔뻔하고 불법적으로 추출하고 있다”고 비난한 직후 이뤄졌다. 이는 AI 기술 패권 경쟁 속 ‘증류 논란’을 계기로 미·중 기업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알리바바가 수만 개의 무단 계정을 활용해 클로드와 대규모 대화를 생성한 뒤 자신들의 AI 모델을 훈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증류 공격’이 산업적인 규모로 이뤄지고 있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입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의 출력 결과를 학습해 더 작고 효율적인 AI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다. 원래는 자사 AI 모델을 경량화하거나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쟁사의 비공개 AI 모델을 모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업계 최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AI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의 조직적인 데이터 수집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앤스로픽은 지난 2월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약 2만 4000개의 계정을 이용해 클로드와 1600만 건 이상의 대화를 생성했으며, 이를 자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오픈AI 역시 지난해 딥시크가 자사 GPT 모델을 증류해 개발 비용을 크게 낮췄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AI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AI 기술력이 미국보다 약 6개월 정도 뒤처진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Z.ai(옛 지푸AI)가 공개한 ‘GLM-5.2’가 미국 첨단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보이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증류 단속이 실효성을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 로펌 베크리드 라이든의 사라 티슐 변호사는 NYT에 “미국에서도 증류의 위법성은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중국에서 발생한 행위를 미국 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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