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C 전력난, 美러스트벨트 덮쳤다…제조업 전기요금 폭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후 07:0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장지대) 지역 제조업체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기존 제조업체들이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것이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인터커넥션에 따르면 13개주 관할 지역의 용량 요금은 현재 MW(메가와트)당 하루 329.17달러로 2024년(28.92달러)과 비교하면 1038% 상승했다.

용량 요금(capacity charge)은 피크 시간대에 전력망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발전사업자에게 보상하고, 신규 발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부과되는 비용이다. 일반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 수준이지만, 제조업체의 경우 최대 세 배에 이를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공장에는 핵심 비용인 셈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슈번에 위치한 디지털 리얼티 데이터센터(사진=AFP)
미국 버지니아주 애슈번에 위치한 디지털 리얼티 데이터센터(사진=AFP)
로이터는 요금 급등의 주된 배경으로 데이터센터를 꼽았다. PJM은 뉴저지에서 일리노이 북부, 남쪽으로는 테네시까지 이어지는 중부 대서양·중서부 제조업 벨트를 관할한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지만,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흥 데이터센터 허브로 꼽히는 8개 주 중 5개가 러스트벨트에 속한다.

기존 제조업체와 새 데이터센터가 같은 지역에서 전력을 놓고 경쟁하면서 전기요금과 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PJM 대변인 제프 실즈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이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발전 설비보다 더 빨리 건설돼 공급보다 수요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상승은 이미 산업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펜실베이니아의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31%, 오하이오는 26%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률은 7%였다. 두 주의 주거용 전기요금 상승률은 각각 14%, 9%였다. 로이터는 공장 전기요금이 가정이나 다른 사업체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전력 사용량이 많고 이익률이 낮은 제조업체의 경우 전기요금이 1~2%만 올라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이 계속 오를 경우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 생산 조정, 자체 발전 설비 도입, 심야 생산 확대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산업에너지소비자협회의 폴 시시오 회장은 “이는 이들 공장의 지속 가능성에 장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소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관리를 겨냥한 규정이 계류 중이다. 다만 이들 규정의 적용 기준에 따라 제조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시오 회장은 “제조업체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며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려는 노력 때문에 제조업체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반론을 제기한다. 데이터센터 확장이 오랫동안 미뤄졌던 미국 전력망 투자를 촉진하고 있으며, 비용 상승의 원인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발전소 폐쇄와 송전망 제약에도 있다는 주장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단체인 데이터센터연합의 에런 틴점 에너지 담당 부사장은 “어차피 직면해야 했던 어려운 결정들을 데이터센터의 성장이 촉진시킨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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