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매년 한여름이면 크림반도로 향하는 모스크바발 열차는 피서객으로 붐볐지만, 올여름은 텅 빈 채 군복 입은 이들만 눈에 띈다. 아울러 국경 도시에 국한됐던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이제는 러시아 전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전선에서 2500㎞ 떨어진 옴스크의 러시아 최대 정유공장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연료난은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유소 연료 탱크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운전자들은 하루 한도인 20~30리터(ℓ)를 넣으려 2~3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 크림반도와 흑해 연안 도시 노보로시스크에서는 휘발유의 소매 판매가 금지돼 공무원과 공공서비스, 연료업체와 연줄이 있는 사업가만 주유할 수 있는 실정이다.
물가도 들썩여 지난달 감자 가격은 한 달 전보다 4.5% 올랐다. 일부 농민들은 연료난이 이어지면 수확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표적집단면접(FGI)을 진행하는 옐레나 판필로바는 민심이 불만을 넘어 당국을 향한 “부글거리는 증오”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료난뿐 아니라, 크렘린궁의 장밋빛 발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분노를 키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보로시스크에서 식료품점을 하는 발레리는 “4년째 ‘러시아군이 전 전선에서 자신 있게 진격 중’이라는 발표를 듣지만, 지도를 보면 죄다 수렁에 빠져 있다”며 “빠져나갈 유일한 길은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이 대체로 계획대로 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인은 그가 확전을 택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올가을 추가 동원설이 퍼지면서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모스크바 동쪽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광고회사 직원 세르게이는 “먼저 소문이 돌고, 당국이 부인하다, 결국 그 일이 벌어진다”며 시골로 피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출근하는 것이 곧 자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모스크바 남동쪽 펜자 지역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길거리와 가택을 뒤져 남성을 붙잡아 입대 계약을 강요한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그 결과 거리에서 남성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주민 옐레나는 “분위기가 끔찍하다. 남편에게 외출을 금하고, 내가 나갈 때는 밖에서 문을 잠근다”고 말했다.
해외 이주 얘기도 2022년 이후 가장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푸틴 정부에 대한 반발도 공개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한 전직 군인은 인스타그램에 지휘관에게 수입을 상납하거나 자살에 가까운 임무를 거부한 병사들이 고문당한다고 폭로하며 “푸틴이 주목하지 않으면 군대가 크렘린으로 총구를 돌릴 것”이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그는 곧 체포됐지만 해당 영상은 이미 조회수 2000만회를 넘겼다. 세르게이는 “이 모든 게 푸틴의 자존심을 채우는 것 말고 무엇을 위한 건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그가 죽는 것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