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재정건전화” 문구 빠진 정부 방침…다카이치발 우려 본격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정리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호네부토)’ 원안에서, 2025년까지 포함돼 있던 ‘재정건전화’ 문구가 빠졌다.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기조로 재정규율이 악화하고 금리가 오르기 쉬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들의 매수 자제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우려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14년에 걸쳐 2조3000억달러(약 3460조원) 규모로 편성한 지출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비둘기파적 태도로 인식되는 스탠스를 보이면서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너무 느린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을 장기채 매도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다. FT에 따르면 10년물과 2년물 금리 간 차입 프리미엄은 지난 4월 1%포인트 미만에서 현재 1.4%포인트로 확대됐는데, 이는 미국·독일 등 다른 주요국 채권시장에서 해당 프리미엄이 최근 횡보하거나 축소되는 흐름과 대비된다.
닛케이는 조나이 미노루 경제재정상이 지난 7일 시장의 이런 시각에 대해 “취지와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며 오해”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8일에는 일본 정부가 실제로 원안 문구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5년물 입찰은 무난히 소화…그러나 장기물 부담은 여전
같은 날 실시된 5년물 국채 입찰은 비교적 견조하게 마무리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응찰배율은 3.43배로 6월 입찰 대비 상승했고, 최근 12개월 평균(3.35)도 웃돌았다. 낙찰가와 최저낙찰가 간 격차 역시 전월 0.06에서 0.03으로 좁혀져 수요가 견조했음을 뒷받침했다.
블룸버그는 별도로 마크 크랜필드 마켓 라이브 전략가를 인용해 이번 입찰이 지표상 시험을 근소하게 통과했을 뿐 주요 10개국(G10) 국가 국채 수익률곡선 중간구간이 처한 불편한 국면을 가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주 초 실시된 일본 첫 4% 쿠폰 30년물 국채 입찰은 2019년 이후 가장 강한 수요를 모았지만 랠리가 빠르게 사그라들며 국채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진=AFP)
중동 정세도 금리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과의 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같은 날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고,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도 미국이 이틀 연속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하며,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이 전 세계 국채시장 전반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이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8일 4.59%대까지 올라 5월 하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자 부담이 재정을 압박하는 악순환” 경고도
FT는 장기적 시각의 우려를 함께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오타 도모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재정 우려로 이자 지급 부담이 늘고, 이것이 다시 재정 압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정책당국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인플레이션이 정부 부채의 실질가치를 갉아먹도록 하는 이른바 ‘재정지배’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스티븐 스프랫 금리전략가는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서는 지점부터 시장의 본격적인 의문 제기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지만, 보유 자산을 감안한 순부채는 GDP 대비 100%에 가까워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3% 찍을까
시장의 시선은 세 갈래로 향하고 있다. 우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에 도달할지 여부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일본 재정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본격 제기될 수 있다는 게 소시에테제네랄의 진단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호네부토’ 문구를 실제로 어떻게 수정하느냐다. 뿐만 아니라 중동 정세,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가 주목된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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