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CNN·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을 공격하자 미국이 이란 내 80여 표적을 타격하고, 이란이 다시 바레인·쿠웨이트의 미군기지를 보복하면서 커졌다. 미국은 직전 이란산 원유 수출을 허용하던 제재 유예까지 철회했다.
FT는 반복되는 악순환의 실체를 ‘항로 다툼’에서 찾았다. 이란은 자국이 통항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자국 연안 항로로 선박을 몰려 하고, 미국은 오만 연안 항로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미군은 지난 5월 말부터 이 오만 항로를 지나는 선박에 전투기 공중엄호까지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무선으로 선박을 불러세워 ‘이란 항로로 바꾸라’고 지시하고, 자국이 원하는 항로를 벗어난 선박을 공격한다. 그러면 미국이 이란 군사자산을 때리고,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를 재보복하는 식이다. 지난달 17일 양해각서(MOU) 서명 이후에도 이란은 사우디·카타르 선박을 포함해 오만 연안에서 5척을 공격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7일 해협 위협 수준을 ‘심각’으로 높였고,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도 통항 자제를 촉구했다. 한 유조선 업체 임원은 지금 상황을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했다.
◇졸속 합의가 근본 원인…“이란, 호르무즈 놓지 않을 것”
근본 원인으로는 졸속 합의가 꼽힌다. 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합의든’ 성사를 선언하려 14개 문단으로 급조한 MOU가 화근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핵연료 비축분·미사일 전력 같은 핵심 쟁점을 뒤로 미룬 것은 물론, 정작 해협을 어떻게 운영할지 합의된 원칙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공백에서 이란은 호르무즈를 최대 지렛대로 쥐게 됐다. 전쟁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이 길목을 흔드는 것만으로 국제 경제를 압박할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실제 MOU 이후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70척이 넘고 그중 원유 운반선만 150척 이상이지만, 일부는 이란 항로로 바꾸거나 뱃머리를 돌리는 등 통항 정상화는 여전히 불안한 실정이다.
◇조바심과 오판…트럼프, 출구 없는 궁지 내몰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협 정상화는 단순한 외교 성과가 아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수송로가 막혀 에너지 가격이 뛰면 곧바로 정치적 부담이 된다. 지지율이 재임 최저인 34%까지 떨어진 터라 조바심은 더 크다. 그러나 물러서면 이란에 지렛대를 내주는 꼴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CNN과 NYT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이 겹쳤다고 짚었다. 이란이 이념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울 것이라 가정했지만 빗나갔고, 위협은 번번이 ‘허풍’으로 끝나 이란에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게란마예는 “해협 재개방은 MOU의 핵심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실현하지 못하면 공화당 강경파로부터 전쟁을 재개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부를 “쓰레기”라 부르면서도, 몇 시간 뒤에는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이 때리면 10배로 때린다”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파장은 미국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의 해협 정상화 약속을 믿고 대응해온 유럽·아시아·중동 동맹국들의 신뢰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이런 흐름이 결국 전면전도 완전한 후퇴도 아닌 ‘관리된 불안정’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하메네이 장례 직후 오는 12일 예정됐던 후속 협상마저 이번 충돌로 불투명해졌다고 짚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