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美서 反데이터센터 여론전…AI 발전 저지 노리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0일, 오전 10:24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대 여론을 온라인에서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전력요금 상승과 환경 훼손 우려를 활용해 미국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AI 발전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사진=AFP)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위협 정보 분석 업체 알레시아 분석을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국영매체가 올해 상반기 데이터센터를 언급한 횟수가 700차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4차례 꼴이다.

중국의 한 국영신문은 최근 버지니아주 게인즈빌의 데이터센터 위성사진을 게재하고 AI 산업의 발전이 미국인의 신체적·경제적 안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소셜미디어 X에서는 미국 메릴랜드주 지역 언론이 제작한 것처럼 꾸민 만화도 유포됐다. 만화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픈AI는 지난 6월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챗GPT를 이용해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비밀 영향력 공작 조직으로 알려진 계정도 데이터센터를 공격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미국 기업 파이어버드가 아르메니아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현지 전력망이 불안정해 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영상을 X에 게시했다.

알레시아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 내 데이터센터 논란으로 여론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해석했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고 전기요금과 소음, 경관 훼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국 내 기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중국 정부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중국대사관은 미국과 중국이 AI 발전과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갤럽이 올해 5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71%는 거주지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인근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보다 약 20%포인트 높았다.

일부 미 지방정부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중단했다. AI 업계와 미 정치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늦춰 미국의 AI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최근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직무대행에 보낸 서한에서 “외국의 적대 세력이 이러한 두려움을 악용해 미국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밝혔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도 최근 “해외 선전 활동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키우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활동은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 미국 사회의 민감한 현안을 이용해 내부 갈등을 부추겨온 방식과 유사하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총기 규제와 인종 문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접종, 자연 재해 등을 둘러싼 논쟁에 국영매체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동원해왔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로 여론전 영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 자체가 외국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외국 영향력 공작을 추적했던 제시카 브랜트 전 미 국가정보국 당국자는 “외국 행위자들이 미국의 AI 미래를 둘러싼 논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논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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