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는 아직 4~5살짜리 아이…AGI 올 때까지 메모리 수요 계속 늘 것"(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1일, 오전 04:2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AI는 한 4~5살짜리 어린아이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000660)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AI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AGI(범용인공지능)가 구현될 때까지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의 현재 수준을 설명하며 “AI가 성년이 된다는 것은 결국 AGI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AI는 계속 학습해야 하고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구조적 변화 이미 일어났다...과거와 업황 사이클 달라져”

최 회장은 AI 시대가 메모리 산업의 성장 국면을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과 똑같은 반도체 사이클로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조적인 변화는 이미 일어났고 과거와 같은 업황 사이클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수요와 공급이 반복적으로 엇갈리며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공급 확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사이클이라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공급이 많아지면 다운턴으로 가고 수요가 많아지면 업턴으로 가는 원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은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우리가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큰 특징은 수요와 공급의 갭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로 생성형 AI의 ‘토큰(Token)’과 ‘키-밸류(KV) 캐시’를 꼽았다. 그는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토큰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며 “토큰이 늘어난다는 것은 AI가 이전 대화와 연산 결과를 저장하는 KV캐시가 계속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려면 결국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AI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V캐시는 생성형 AI가 이전 대화와 연산 결과를 기억하기 위해 저장하는 일종의 작업 메모리다.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저장해야 하는 KV캐시 규모도 함께 커지고,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AI 서비스의 수익 모델도 이미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에는 AI 서비스 가격을 GPU 사용시간으로 계산했지만 지금은 KV캐시를 얼마나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느냐까지 비용을 계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I 기업들은 이제 고객에게 기록을 계속 저장할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다”며 “그만큼 메모리가 서비스의 핵심 비용 요소가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압축기술이나 새로운 저장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메모리 수요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HBM도 늘어나고 다른 저장기술도 계속 발전하겠지만 저장해야 하는 메모리 총량 자체가 증가하는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며 “AGI 시대가 올 때까지 이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건강하게 성장...최대한 공급 확대해야”

최 회장은 AI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폭증하는 메모리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요 빅테크와 AI 기업들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은 ‘메모리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느냐’, ‘생산량을 어떻게 늘려 공급할 것이냐’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칩을 더 공급해 달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올해나 내년 정도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AI 시장만 성장하고 일반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AI 분야는 자금 조달도 쉽고 비싼 메모리도 감당할 수 있지만 소비자용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기존 산업은 그렇지 않다”며 “AI 쪽에만 공급이 집중되고 기존 시장을 외면하면 결국 전체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며 “반도체 시장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공급능력을 최대한 빨리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최근 미국 투자 확대를 언급하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모두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론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며 “과거에는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운영했지만 이제 미국에서도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시장 접근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든, 세계든 조건 맞으면 공장 건설”

이 같은 공급 확대 전략의 연장선에서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메모리 공장을 지으려면 전력과 초순수, 대규모 부지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며 “요즘은 예전처럼 공장을 하나씩 짓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클러스터 형태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 미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어느 국가냐보다 공급능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며 반도체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 제조업을 다시 키우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반도체도 당연히 대상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오면 미국도 검토한다고 하고, 일본에 가면 일본도 검토한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검토한다는 말을 곧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검토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고객들의 요구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미국은 가장 큰 시장이고 주요 고객들도 대부분 이곳에 있다”며 “고객들은 공급망 안정성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도 생산시설을 갖춰주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투자가 한국 투자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한국에 있는 생산시설을 줄여 옮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에 대한 최대 규모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옵션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제가 미국에 반드시 공장을 짓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태원
최태원 "AI는 아직 4~5살짜리 아이…AGI 올 때까지 메모리 수요 계속 늘 것"(종합)
◇“AI시대 경쟁은 결국 ‘속도’...과거보다 10배 빠르게 움직여야”

최 회장은 AI 시대 경쟁의 핵심은 결국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는 기술 혁신과 투자를 계속해왔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AI 시대의 가장 어려운 숙제는 스피드”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AI 기술에 더 많이 접근하고 새로운 기술 옵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훨씬 빠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AI 연구개발(R&D)과 투자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제는 메모리 엔지니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AI 전문가들이 훨씬 많이 필요해졌다”며 “고객이나 파트너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함께 추진하는 데 AI Investment Corp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결국 AI 기술”이라며 “원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필요하면 고객이나 파트너와 공동 연구개발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기반으로 한 R&D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AI 인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투자와 연구를 함께 진행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은 계속 개발하고 수정하는 단계”라며 “실제 어떤 플레이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공개하는 것이 맞고, 계획만 미리 발표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서는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위협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이미 위협이 됐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도 AI 시장 성장으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내고 IPO를 통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설비투자를 확대할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시장 환경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업체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경쟁과 기술 개발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관련 기술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하고 메모리 솔루션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며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개발 과정에서 대만 TSMC와 협력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제 SK하이닉스는 TSMC의 상당히 큰 고객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HBM4부터는 로직 다이를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구조가 되면서 양사의 관계도 단순한 협력을 넘어 중요한 고객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번 나스닥 상장의 의미도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그는 “ADR 상장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회사를 알릴 기회도 훨씬 많아졌다”며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와 금융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인재들에게 ADR 기반 스톡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선택지도 생겼다”며 “글로벌 자본시장과 연결되면서 미래 투자를 함께 논의할 금융 파트너가 훨씬 다양해졌고, 앞으로 투자를 보다 탄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주와 미국 ADR 가격 차이에 대해서는 “완벽한 시장이라면 두 가격은 같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시장 특성과 투자자 선호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다만 그 격차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수는 없고 결국 사업을 잘해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 원주와 ADR 가격을 함께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액면분할 요청 더 오면 당연히 고려할 것”

최근 주가 상승으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액면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요청이 더 오면 액면분할도 당연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관련 안건을 보고받은 적은 없다”며 “현재 결정된 것은 아니고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지분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키옥시아 주가가 많이 올라 모멘텀이 생겼고 회사도 이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지분을 회수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인지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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