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10일(현지시간)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AFP)
SK하이닉스는 앞서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하고 1억7790만주를 발행해 총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를 넘어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모가는 한국 증시 종가보다 약 2.9%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통상 대형 IPO가 할인된 가격에 공모하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메모리 시장 성장성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곽 CEO 등 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나스닥 오프닝 벨을 울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AI 생태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고객 및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곽 CEO는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객들은 메모리 부족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분석으로는 이러한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고객들의 신호도 장기간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기존 D램은 물론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까지 크게 끌어올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 가시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뒀다. 그는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다만 전력과 용수, 우수한 인재 확보 등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곽 CEO는 오프닝 벨 행사 기념연설에서는 회사가 걸어온 성장 과정을 소개하며 나스닥 상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오늘은 매우 행복한 날이자 매우 자랑스러운 날이며 SK하이닉스 역사에서 진정으로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5년 전 D램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고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며 “하지만 우리는 버텨냈고 끝까지 싸웠으며 더 강한 회사로 거듭났다. 그때 회복력과 도전 정신이 탄생했고 그것이 오늘의 SK하이닉스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2년 SK그룹과 함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당시만 해도 미래가 불확실했던 HBM의 가능성을 믿었다”며 “우리는 HBM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개발하기로 결정했으며 세계 최초로 이를 현실화했다. 그리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HBM은 AI 혁명의 중심에 있다”며 “HBM과 D램, 낸드플래시 전반의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인프라를 움직이는 핵심 메모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나스닥 상장의 의미로 AI 생태계와의 연결 강화,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 AI 산업에 대한 책임이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곽 CEO는 “미국은 AI의 중심”이라며 “AI 혁신을 이끄는 고객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파트너, 산업을 움직이는 인재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그들과 더욱 가까워졌고 새로운 기회를 더 빨리 찾고 더 깊은 협력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 투자는 쉽지 않았지만 ADR 상장을 통해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우리의 성장 여정을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기회를 얻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AI 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해 왔다”며 “혁신을 지원하고 산업을 강화하며 미래 AI를 만들어갈 기술과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 우리가 투자하고 만들고 제공하는 것을 통해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CEO는 연설 말미에 회사가 앞으로 지켜갈 세 가지 원칙으로 신뢰(Trust), 혁신(Innovation), 성장(Growth)을 제시했다. 그는 “투자자와 고객이 보내준 신뢰에 행동으로 보답하겠다”며 “AI 생태계의 고객과 파트너들과 함께 메모리 기술의 가능성을 계속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4만8천명의 임직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SK하이닉스가 가능했다”며 “여러분의 성장이 우리의 성장의 기반이었다. 앞으로도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SK하이닉스는 AI 기술 리더이지만 리더십은 직함이 아니라 매일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SK하이닉스의 다음 역사가 시작된다. AI는 앞으로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며 AI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SK하이닉스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